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5-20 15:38:20

글로벌 기업 CEO 연쇄 미팅…'뉴 삼성' 기대 높아져
위기에 대응해 만들어진 TF 조직에는 한계가 있어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컨트롤타워 필요성 대두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가장 긴 22일간 해외 출장이었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횡단하면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만났다. 하루 한 명 이상 글로벌 기업 총수를 만난 강행군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7일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국정농단 관련 재판으로 인한 경영 공백과 코로나 사태 이후 약해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시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출장 기간에 만난 인물들이 반도체, 미래 차, 바이오, AI(인공지능) 분야임을 들어 삼성의 미래사업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점을 들어 다음 달 예정된 삼성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뉴 삼성'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다소 성급한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 계기로 구성된 임시 조직이 7년째 운영

그러나 삼성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짐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어느 때나 어느 조직에나 비관론자는 늘 있기 마련이지만 삼성을 둘러싼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다 보니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소통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소문이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이런 종류의 불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삼성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삼성 특유의 회장 보좌 조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성의 회장 비서실 조직인 미래전략실은 2017년 해체됐다. 그리고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에 각각의 '태스크포스(TF)' 조직이 꾸려져 각 사업별 계열사 총괄을 맡겼다. TF에는 재무와 인사가 주축이고 전략이나 기획과 같은 나머지 비서실 기능은 각 계열사나 경제연구소가 맡고 있다.

이런 조직구조에서 보듯 태스크포스는 미래 전략을 개발하기보다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임시 조직 성격이 짙다. 그런데 7년째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이 오락가락한 것도 의사결정 문제?

올들어 삼성전자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이 반도체 감산 여부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와 대규모 손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자신 있게 공언해 왔다. 경 사장은 지난 2월 임직원에게 "다른 회사와 같이 감산하게 되면 좁혀진 경쟁력 격차를 벌릴 수 없다면서 지금이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지난달 삼성전자는 감산으로 돌아서게 된다. 전후 사정으로 미루어 감산 결정은 이재용 회장이 내렸고 이 결정이 회장 취임 이후 내린 가장 큰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 삼성전자와 테슬라 수뇌부가 10일 미국 테슬라 본사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이를 두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감산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며 이병철 창업 회장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만족하다가 경쟁력을 잃은 인텔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러한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병철 회장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다르고 코로나 사태와 미·중 갈등은 반도체 시장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과거의 공식대로 생산을 유지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면 감산으로 빨리 돌아서는 것이 백 번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자신 있었던 발언이 번복되는 과정을 보면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두 사람은 이 회장과 충분한 자료 검토와 소통을 거쳐서 '감산이 없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했던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공식에 입각한 자신들의 판단이었을까? 

삼성전자, 15년 만에 적자 확실…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

삼성전자에 투자한 수많은 일반 투자가가 지켜보고 있는 국가대표 기업이다. 이 회장이 수행비서 없이 해외 출장을 가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데 만족할 수 없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2분기에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의 적자다.

실용주의도 좋고 일반 직원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복잡한 경제적, 외교적 해법은 이 회장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TF 조직에서 벗어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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