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건설현장 정상화, 대립보다 대화로 풀어야

박정식

pjs@kpinews.kr | 2023-05-17 08:36:42

정부 "'건폭' 적폐 척결" vs 노조 "건설사 위법행위도 심각"
각종 폐단 발생한 맥락 짚어보고 제도 개선에 머리 맞대야

최근 정부와 건설노동조합의 대립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들을 모두 바꿔서라도 공사를 방해하는 노조 행태를 뜯어고치겠다고 벼르는 모습이다. 반면 노조는 건설현장 폐단은 시장을 지배하는 건설업체의 위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어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21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양측의 갈등을 촉발한 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월례비(월급 이외의 비공식적 웃돈)가 임금 성격을 갖고 있다며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가 제기한 월례비 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 법원은 업계 관행, 양측 합의, 협약 날인, 통상적인 금액 등을 근거로 월례비가 사실상 근로 대가라고 판시했다.

정부는 판결에 즉각 반박했다. 업체들이 공사 중단을 우려해 운전기사들의 요구에 묵시적으로 지급해온 비용이라고 해석했다. 정당한 노동 대가라면 근로계약서에 포함됐어야 하는데 빠져 있어 압박·태업으로 갈취한 이득으로 봤다.

윤석열 대통령도 칼을 빼 들었다. 노조를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이라 칭하며 공사방해·금품요구·채용강요 등 조직적 불법행위를 강력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검찰·경찰은 전담 수사단을 꾸렸고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는 면허 정지와 민·형사상 책임 부과를 대책으로 발표했다.

당정은 제재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채용절차법·노동조합법·사법경찰직무법 5개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특사경은 급증하는 첨단지능범죄에 대응해 전문적인 수사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로 언급됐으나 건설현장을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노조에 대한 14차례 압수수색, 1000여 명 소환조사, 16명 구속이 이어졌다.

'조폭'(조직폭력)에 빗댄 윤 대통령의 '건폭' 발언은 노조를 자극했다. 양회동 민주노총건설노조강원건설지부 간부가 항의하며 노동절인 지난 1일 분신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노조도 건설현장의 부조리와 악습을 알고 있으며 척결해야 할 적폐라는 데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만 범법자 취급하는 정부 시각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 폐단의 주범은 건설사들의 위법행위인데, 정부가 원인을 노동자에게서만 찾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월례비가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는 건설사의 요구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건설사에게 강요한 금품 수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는 건설업체들의 계속되는 위험 작업 지시를 노동자가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대항력을 달라고 요구한다. 법적으로 거부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노조는 그간 '집단행동'으로 위험 작업을 회피해왔다. 타워크레인 항공마대 작업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항공마대 작업은 콘크리트·폐기물 등을 나를 때 주로 사용하던 방식으로 추락·충돌 위험성이 높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노조가 거부하면서 지금 건설현장에선 거의 근절됐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부와 노조의 시각은 양끝에 서있어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당장 당사자 처벌에 급급해 있고 노조는 산업현장을 멈추고 총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는 노사정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정상화는 결국 대립이 아닌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건설현장 부조리와 악습을 근절할 방법을 찾아야 좋은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 박정식 경제·산업부 기자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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