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2대장', 수출 늘어도 수익성 뒷걸음질…주범은 '소송비'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05-16 15:36:01
휴젤, 장기간 법정 다툼과 균주 제출 의무화 리스크 부각
"메디톡스는 경쟁사들의 소송 리스크로 반사 수혜 예상"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퉈온 휴젤과 메디톡스가 올 1분기 수출을 크게 늘리고도 판매관리비 관리에 실패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했다.
소송비가 주범이었다. 휴젤은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민사소송 1심 관련 비용이 수익성 하락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젤과 메디톡스가 생산·판매하는 제품들의 올 1분기 국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비율로 줄었는데, 수출은 두 자릿수 비율로 늘었다.
휴젤은 330억 원, 메디톡스는 274억 원의 제품 매출을 올 1분기 해외에서 올렸다. 증가율은 각 27.6%, 47.6%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시장 수요가 회복된 것이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한몫 했다.
마진율 높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제품들이 선전했으나 영업이익은 양사 모두 줄었다. 휴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85억 원으로 24.9%(61억 원), 메디톡스는 18억 원으로 67.7%(37억 원)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지급수수료가 크게 늘어서다.
기업 재무제표에서 판관비에 포함되는 지급수수료는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을 포함하고 있다. 변호사 자문 수수료 등 법정 비용이 지급수수료로 처리된다.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하는 제약사들은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이 계정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휴젤 1분기 지급수수료는 1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3%(95억 원) 늘었다. 메디톡스는 70억 원으로 162.1%(43억 원) 증가했다.
균주 소송과 관련한 법정 비용이 지급수수료 증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ITC 소송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민사소송을 각각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메디톡스는 휴젤을 ITC에 제소했다. 휴젤이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등 자사 영업비밀을 도용해 톡신 제제를 개발·생산했고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려 한다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이다. ITC는 외국 상품이 미국 산업에 해를 끼치거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준사법적 연방 정부기관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도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17년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대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11억 원에서 501억 원으로 올렸고, 올해 2월엔 1심에서 승소했다. 대웅제약 측은 1심 판결이 명백한 오판이라며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항소도 제기했다.
법정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으면서 판관비 부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의 경우 ITC 법률 비용은 기본 분기 50억 원이 예상되며 최소 내년까지 비용이 들 것으로 점쳐진다.
휴젤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이 개정안은 보유 중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정보를 방역당국에 의무 제출하고 미제출 시 허가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휴젤과 대웅제약, 휴온스, 바이오토피아 등 국내 기업이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들은 명확하지 않은 출처로 인해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보툴리눔 톡신은 앨러간 '보톡스'로 대표되는 수입산에 전량 의지해왔다. 메디톡스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홀 A 하이퍼' 균주를 들여와 2006년 '메디톡신'을 출시하면서 국산 보톡스 시대가 시작됐다.
2009년 휴젤 '보툴렉스'를 시작으로 △2013년 대웅제약 '나보타'와 메디톡스 '이노톡스' △2016년 메디톡스 '코어톡스'와 휴온스 '리즈톡스' 2016년 △2019년 종근당 '원더톡스' 등이 국내 시판됐다.
앞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상업화한 미국 엘러간(보톡스), 중국 란주연구소(BTX-A),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 등 글로벌 기업들의 균주 출처는 명확하다. 엘러간과 란주는 '홀 하이퍼', 입센디스포트와 멀츠제오민은 'ATCC 3502'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 균에서 뽑아낸다. 보툴리눔 균은 자연 상태에서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균주다 보니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도 글로벌 4개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20개 가까운 기업이 이를 우연하게 발견했다며 톡신 사업을 벌이고 있다.
휴젤은 썩은 통조림과 훈제 또는 소금에 절인 생선과 벌꿀 제품 등에서,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 토양에서, 휴온스는 보툴리눔 톡신 회사인 바이오토피아 인수로 균주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토피아가 어떻게 균주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염기서열이 다르고 균주 발견에 대한 신고 과정도 절차에 맞게 진행됐다는 입장이지만 염기서열 분석은 균주 기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균주 출처가 명확해지는 것도 아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휴젤 등 국내 업체들이 자사 균주를 도용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로 균주 정보 제출이 의무화될 경우 메디톡스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권 SK증권 연구원은 16일 메디톡스에 대해 "경쟁사들의 소송 리스크 부각에 따른 반사 수혜를 바탕으로 고성장 중"이라며 "올해는 뉴럭스 출시와 해외 진출 가시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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