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동 킥보드–上] 업체 외면·제도 미비에 이용자만 울상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3-05-11 14:14:41

불법 단속 증가 속 더스윙 등 공유킥보드 '빅4' 매출 급증
경찰 단속 18개월 동안 22만여 건 적발…범칙금 76억 원
무면허 범칙금 10만원인데 빅4 업체 면허 인증 요구 없어
'면허증 인증 플랫폼·위험 운전 경고음' 등 업계 조치 필요
업계는 제도 불만…"헬멧 미착용·면허의무 등 개선점 많다"
공유경제의 상징에서 거리의 무법자로. 전동 킥보드 사고가 급증세다. 업체 난립, 관련 법 허점, 막무가내 운행 등이 맞물린 결과다. UPI뉴스는 기로에 선 전동 킥보드의 문제점과 해법을 2회에 걸쳐 다룬다. 1회는 이용자만 책임지는 기형적인 서비스 구조를 짚고 2회는 보행권 우선 도로체계 개편 방안을 소개한다.   

76억 원. 지난해 전동 킥보드 관련 법 위반으로 이용자에게 부과된 범칙금 규모다. 20만여 명이 벌금을 냈다.

▲ 19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공유킥보드들이 세워져 있다. [서창완 기자]

왜 이렇게 많을까. 현재 대다수 공유 킥보드 앱은 운전면허 인증조차 하지 않는다. 19일 UPI뉴스가 지난해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공유 개인형 이동 장치(Personal Mobility, PM) 업체 4곳의 현황을 살펴봤다.

'빅4'는 지바이크·더스윙·피유엠피·빔모빌리티로 각각 공유 플랫폼 지쿠·스윙·씽씽·빔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운전면허증 인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스윙이 이날 면허인증 시스템을 오픈했다며 밝힌 내용만 봐도 면허 인증은 '선택'에 불과하다.

스윙은 앱 내에서 원동기·자동차 운전면허를 인증하면 1만2900원 상당의 1개월 잠금해제 무료권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인증에 따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일 뿐이다. 여전히 면허 인증을 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2021년 5월 13일 개정된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PM을 이용하려면 각각 16세, 18세 이상 취득가능한 '원동기 운전면허'와 '자동차 운전면허'를 소지해야한다.

무면허 운전 시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 후 지난해 12월까지 18개월 동안 무면허로 적발된 건만 2만8227건에 달했다. 금액으론 28억2270만 원이다.

▲ 2021년 5월 이후 개인형 이동장치(PM)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 제공]

적발된 이용자는 운전면허 취득이 1년 간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크다. 그런데도 운전면허증 등록이 필요한 사실을 언급하는 곳은 스윙과 빔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빔 앱만이 만 13세 미만 탑승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에 따라 서비스 약관에 '만 14세 이상입니다'를 필수 사항으로 물었다.

다른 위반 사항에 대한 고지도 없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헬멧 미착용과 정원 초과 범칙금은 각각 2만 원, 4만 원이다. 음주 운전은 10만 원.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생긴 처벌 조항이다. 그러나 앱에선 관련 안내가 전무하다. 

지난 18개월 간 헬멧 미착용·정원 초과·음주로 19만7729건이 적발됐다. 금액은 48억5276만 원. 4가지 위반을 합치면 22만5956건,  76억7546만 원이다.

규제 강화로 뉴런모빌리티, 윈드, 라임 등 해외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사이 국내 업체인 빅4는 성장했다.   

빅4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더스윙이 208억 원에서 470억 원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바이크는 335억 원에서 522억 원으로 뛰었다. 빔모빌리티는 158억에서 170억 원으로, 피유엠피는 112억에서 117억 원으로 증가했다.

▲ 매출 100억원 이상 공유 킥보드앱 중 빔(사진 왼쪽)과 스윙이 운전면허증 인증 방법을 안내했다. 면허증을 인증하지 않더라도 이용하는데 문제는 없다. [앱 화면 캡처]

업체가 줄었는데도 사고 건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던 PM 사고는 2021년 1735건으로 무려 열배 이상 폭증했다.

작년에도 증가세가 가팔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사망자 수는 26명(잠정 집계)으로 전년보다 7명 늘었다. 현행법 체제와 빅4 업체들이 과연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하는 제도의 미비와 이익을 위해 안전을 외면하는 업체들의 상업주의 때문에 이용자만 골병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도와 업체가 공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용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들은 면허증 인증에 플랫폼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소연하는데, 사고 피해를 생각하면 등한시할 수 없는 문제"라며 "업체들이 고객 감소를 우려해 소홀히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M 면허나 강의로 면허를 대체하는 방안은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미루겠다는 핑계"라며 "그런 방법이라면 현행 체제에서도 킥보드를 대여할 때 이용자가 앱을 통해 안전 규정, 범칙금, 사용시 위험성 등에 대한 동영상을 청취하게 하는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들은 자동차·원동기 운전과 전동 킥보드 운행이 많이 달라 PM 전용면허 추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가 앱 기반이기 때문에 일정 속도 이상이거나 위험한 운전 상황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경고음을 울리도록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업체들이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교수는 "현행법 규제가 강력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업체가 스스로 이런 노력들을 해야 법·제도 현실화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업체들은 운전면허증 인증의 허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 현행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요구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전동 킥보드에 걸맞은 면허 체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헬멧 착용 대신 제한 속도를 현행 최고 시속인 25㎞를 15㎞ 정도로 낮추고 인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면허 체계·교육과 관련해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는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 온라인 교육을 통해 도로 위 주의사항들을 배우고 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그마저도 성인은 권고 사항으로 두고 만 16세 이상 고등학생은에겐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부현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장은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헬멧을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고 회사도 도난 우려 때문에 갖추기가 어렵다"며 "헬멧 착용을 권고로 바꾸는 대신 공유 킥보드 규정 속도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도로교통법 개정 후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헬멧을 제공했으나 대부분 유실됐다. 다수 이용자가 위생 등을 이유로 착용하지 않았다.

해외에선 헬멧 착용이 의무가 아닌 나라가 많다. 영국, 독일 등은 권고에 그친다. 전동 킥보드 규제가 강력한 편이었던 일본도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전동 킥보드 헬멧·면허 의무 규제를 삭제했다. 법 개정으로 성인에 대한 헬멧 의무 착용과 면허 조항이 2년 이내 삭제된다.

그만큼 전동 킥보드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는 게 업계 확신이다. '라스트마일'(정류장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등 짧은 거리 이동의 편의성과 친환경성이 중요해지는 흐름이어서다. 업계는 규제 강화보다는 안전장치 마련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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