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대북송금 연루 '아태협 안부수', 왜 北 대남 소통창구로 지목됐나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3-04-26 11:14:31

安 옥중 서면인터뷰…"대북사업가 아닌 민족운동가"
'쌍방울 대북 송금' 관여 아태협 실체와 安 회장은
北 외화벌이 총책 리호남 통해 지도부 연결된 듯
安 "北 선양총영사 통해 리호남 소개받았다" 밝혀
조선족 출신 사업가 중국 단둥 박모-최모씨 핵심

2018년 8월29일 중국 선양 타오셴 국제공항. 평소 한산한 북한 평양행 고려항공 탑승구가 북적였다.

남한 인사 몇몇이 눈에 띄었다.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과 감사 용모 씨도 있었다.

▲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왼쪽)이 2018년 11월16일 경기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남측 단체인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우경협) 관계자 3명과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일행도 공교롭게 같은 비행기를 탔다.

김 전 장관을 초청한 곳은 북한 장애인단체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였다. 김 전 장관은 통일부에 방북을 신고하면서 기간을 8월28일부터 9월1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실제로 고려항공편을 타고 평양에 들어간 날짜는 8월 29일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7일 "선양과 평양을 오가는 고려항공편이 주 2회여서 부득이하게 29일 방북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평양에서 깎듯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김 전 장관측 관계자는 "김 전 장관 조부는 생전 북한에서 꽤 유명인사였다"고 전했다.

아태협·우경협·김원길 전 장관 일행 같은 날 방북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통일부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아태협은 당시 방북일을 '8월28일~9월3일'로 신고했다. 아태협 실제 방북일도 하루 늦춰진 것이다. 방북 목적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전문위원 세미나 참석'이었다.

우경협이 신고한 방북날짜는 8월29일~9월1일이었다. 우경협만 날짜를 맞춘 셈이다.

아태협은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단체다. 2018년 11월 경기 고양과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두차례 열면서 인지도를 차츰 쌓았다.

이런 존재감 약한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대남전략 핵심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은 대표단을 이끌고 2번 모두 참가했다. 대북소식통은 "1936년생인 리종혁은 1994년 이래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대남전략을 주도해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고 해도 북한 거물이 직접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중평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태협에 쏠렸다.

▲ 2018년 8월29일 중국 선양 타오셴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간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관계자들. 같은 비행기에 아태협 안부수 회장도 동승했다. [협회 홈페이지 캡처]

현재 아태협 안부수 회장은 구속수감된 상태다. 죄명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이다. 비영리법인인 아태협으로 들어온 후원금을 개인 용도로 썼다는 이유다.

그러나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안 회장이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제공받은 돈을 어떻게 북한에 보냈느냐는 것이다. 또 대북송금 과정에서 당시 경기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얼마나 관여했느냐는 점이다.

안 회장은 2016년까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반환운동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안 회장은 UPI뉴스와 가진 옥중 서면인터뷰에서 "나는 민족운동을 해온 사람으로 대북사업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태협이 북한과 연결된 시점은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다. 안 회장은 인터뷰에서 같은 해 8월 방북 배경에 대해 "북한 심양총영사관에서 아태협 중국지부를 통해 '일본 유골발굴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는 일본에서 유해발굴 사업을 할 때부터 조총련을 통해 알고 지냈다"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안 회장의 북한 내 위상이다. 우경협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 안 회장을 아주 좋게 봤다"며 "오래 전부터 북한과 무역업을 해온 우경협 정모 회장보다 대우가 더 좋았다"라고 전했다. 

아태협 관계자 "安, 확실하게 北 지도부 마음 사로잡았다"

아태협과 우경협은 2018년 8월 비행기에 동승하기 전까지 마주친 적이 없었다. 안 회장은 "정 회장과는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다"며 "평양에 함께 가서 같은 호텔에 숙박해 인연이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아태협과 우경협은 방북 후 교류하며 관계를 본격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태협 관계자는 "북측이 안 회장을 환대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정 회장이 2018년 9월 아태협 사무실을 직접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해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한을 방문해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과 따로 만났다"며 "김 위원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앞으로 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안 회장을 통해 상의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이 사실상 대남 소통 창구로 아태협과 안 회장을 지목한 것이다.

▲ 2019년 중국 선양 모처에서 만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부터)와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대북사업자 제공]

UPI뉴스가 확인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4일부터 6일까지 노무현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방북했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단장으로 나선 노무현재단 방북단은 북한에서 '10·4 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이 전 부지사는 석 달 전인 그해 7월 평화부지사에 취임했다.

그는 또 같은 달 20일~23일 경기도 방문단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한 달 새 두 차례나 방북하며 북한과 더욱 가까워졌다.

이 전 부지사는 북한 지도부로부터 안 회장 평가를 듣고 돌아온 후인 2018년 11월 고양시에서 아태협과 공동으로 행사를 연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 회장이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 때다. 쌍방울그룹은 민간단체 자격으로 이 행사 후원에 나섰다. 안 회장은 이듬해 1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SBW생명과학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안 회장은 어떻게 북한 대남조직 지도부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현재 진행중인 안 회장 재판에선 '키맨'이 한명 등장한다. 중국 단둥무역공사 박모 사장이다. 박 사장은 조선족 출신의 브로커로 알려져 있다. 북한 '외화벌이 총책'으로 불리는 리호남 전 내각 참사의 중국 연락책으로 평가된다.

아태협 내부에선 안 회장의 대북사업 연결고리로 박 사장을 주목한다. 안 회장 재판에서 검찰은 아태협이 경기도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 보내려했던 금송(金松) 등 묘목(4억9400만 원어치)의 용처와 자금 지원처 등을 집중 따졌다. 묘목 북송은 무산됐는데, 주요 물품 중개책이 바로 박 사장이다. 아태협 한 관계자는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이 아태협 관계자들과 중국에서 만난 장소도 박 사장이 운영하는 사업장이었다"라고 전했다. 


박씨 대표로 있는 中 단둥 라이프스 호텔, 北 무역상 본거지 

더욱이 박 사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 안 회장 등이 북측 인사들과 만난 중국 단둥 라이프스 호텔도 경영했다. 박 사장은 북·중 접경지인 단둥에서 '성공한 조선족 출신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라이프스 호텔은 북한 무역상이 많이 찾는 숙박시설이다.

검찰은 경기도와 아태협의 대북 사업에 리호남 전 참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리호남은 영화 '공작'에 등장하는 외화벌이 사업가 '리명운'의 실제 인물이다. 검찰은 2018년 12월 단둥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이 리호남을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내주겠다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납은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리호남은 또 아태협·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2019년 7월 필리핀 2차 국제대회에서 당시 경기지사인 이 대표 방북 초청 목적으로 3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에게서 받아간 의혹을 받고 있다.

▲ 수십억 상당의 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로 구속된 김성태 전 회장이 오너로 있는 쌍방울그룹. 아태협 안부수 회장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다. [뉴시스]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북소식통 전언을 종합하면 리호남이 외화벌이를 위해 동원하는 중국 연락책이 박 사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소식통은 "박 사장은 리호남이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으로 개인 물건까지 맡겨놓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김성태-이화영-안부수'라는 남한 라인은 박 사장 등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리호남-김영철' 등 북한 라인과 연결됐다는 게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추측이다.

안 회장은 "북한 선양 총영사인 박모 씨를 통해 리호남을 만났다"며 "리호남은 박 사장보다 먼저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해명했다. 또 "2018년 8월 방북 초청과 리호남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라이프스호텔에 숙박하며 조선족들의 소개로 박 사장을 알게 됐다"며 "대북사업과 박 사장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경제부 김명주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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