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중고차 매매상사 '성능점검표' 조작…"생명 위협하는 중대 범죄"
박유제
pyj8582@kpinews.kr | 2023-04-14 15:04:20
경남 창원시내 위치한 중형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버젓이 조작된 성능점검표를 내걸고 구매를 유도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중고차량을 판매한 뒤 보증수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차일피일 시간을 미룬 뒤에는 '나몰라라'하는 악의적 매매업소까지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구매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창원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60대 A 씨는 지난해 12월 5일 창원 마산회원구 중형 매매상사에서 딜러 B 씨가 제공한 차량 성능점검표를 확인한 뒤 2015년식 SUV 차량을 1100만 원에 구입했다. 성능점검표에는 사고 표시는 있었지만 단순 수리였고, 모든 기능과 부품 등이 '적정' 또는 '양호'로 표기돼 있었다.
차량 소유자 명의 변경 등록을 끝내고 차량을 이용하던 A 씨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자동변속기에 소음이 나고 기어 패턴도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 딜러 B 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한 뒤 보증보험으로 수리를 마쳤다.
성능점검표에는 '양호'라고 표기돼있는 변속기와 클러치 등에 문제가 확인됐고,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소모품은 보증수리 대상이 아니라고 해 15만 원을 A 씨가 부담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히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찬 바람이 나왔지만, 이를 확인한 딜러 B 씨는 "수리를 해 주겠다"며 지정 정비업소에 입고하라고 했다.
간단한 수리가 끝나면 정상 작동이 될 줄 알았던 A 씨는 정비업소 측으로부터 "히터 전체를 교환하지 않으면 정상 작동이 불가능하다. 수리비가 100만 원 정도 나온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딜러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시키자 그날도 B 씨는 "히터는 정상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한 뒤 "매장에 있는 다른 차와 비교를 해보고 전화를 주겠다"며 돌아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히터 성능을 비교해본 뒤 연락을 주기로 했던 B 씨는 그로부터 한 달이 넘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히터가 작동되지 않는 차량으로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었던 A 씨는 참다못해 다시 점검을 받아보기 위해 이번에는 다른 정비업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 정비업소 측으로부터 "대형 사고로 일부 부품 등이 찌그러진 상태이고, 히터도 파손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겨우 연락이 닿은 딜러 B 씨에게 사고로 인한 히터 파손이라는 점검 결과를 통보했다. 견적서를 보내라는 B 씨의 요구에 따라 정비업소를 찾은 A 씨는 "515만 원 이상의 수리비용이 나오지만, 수리를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미지수"라는 답변을 들었다.
성능점검표엔 '단순 수리' 표기…실제론 '대형사고' 판명
연락두절 끝에 "1개월 보증기간 끝나 수리 못해줘" 배짱
그렇다면 수리나 교체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수 개월 동안 A 씨와 B 씨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 마지막 메시지는 '(매매 직후)미션 수리도 해드렸고 3개월 정도 차를 운행했기 때문에 차주가 요구하는 부분은 현시점에서는 어렵다'는 내용이다. B 씨는 이 마지막 문자를 보내면서 '30일 2000㎞ 보증기간이 훨씬 넘었기 때문에 수리비 일부는 지원하겠다. 생각해 보고 연락을 달라'고 덧붙였다.
A 씨는 "매매 당시 성능점검표가 사실과 다르게 조작됐고, 자동차 매매상사와 딜러가 사고차량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증수리 기간이 지날 때까지 수리 및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증수리 기간이 끝나자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어이없어했다.
차량 상태는 더 심각했다. 사고로 엔진이 파손돼, 오일 누수 현상과 소음도 심했다. 사고 후 수리하는 과정에서도 브레이크 ABS 하드록 유닛이 밀린 상태였고, 배선 상태도 엉망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다 보니 안전운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 이상 현상과 페달 간극도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 브레이크 이상 현상에 대해서는 매매 당시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판매사와 딜러 B 씨는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1개월의 보증보험 기간이 끝나 차량을 수리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차량을 점검한 정비업소 대표는 "점검 결과 수리를 하더라도 멀쩡한 차로 복원되기는 힘들 만큼 부품 등의 파손 정도가 심하고 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차량이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차량 운행에 공포감을 느낀 A 씨는 "사기행위로 판매한 자동차를 운행하지 못하겠으니 차량을 가져가고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B 씨는 "불가능하니 알아서 하라"며 보증수리와 환불 모두를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중고자동차 판매사와 딜러 B 씨를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총체적 결함을 가진 중고자동차를 마치 정상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사기행위라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출퇴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지만,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몰라 살얼음판 운전을 하고 있다"며 "브레이크 이상으로 사고가 나면 결국 운전 부주의로 억울한 누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사고로 크게 파손된 차량을 제대로 수리도 하지 않은 채 눈속임으로 현혹하는 것은 신뢰 문제를 떠나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와 함께 반드시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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