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평등한 전달 수단…출발점 다른 아이들에 가치 있는 교육하고파"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04-02 22:58:37

[소소(笑召)한 인터뷰] 경기도교육지원청 김차명 장학사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 모토로 삽화, SNS, 유튜브 활동
"한국 교육의 좋은 사례 알리고 교사도 적극적 소통 필요"
"다양성·개별화·맞춤형 미래교육…모두 특수교육 받는셈"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합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면 행복은 널려 있습니다. 주변엔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이들에겐 시간과 풍경이 남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떨지 궁금합니다. UPI뉴스가 이들 얘기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이미지는 상당히 평등해요.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좋은 전달 수단이 됩니다."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 김차명 장학사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김 장학사는 '참쌤'이라는 캐릭터를 직접 그리고 교사 모임인 '참쌤스쿨'을 만들었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시킨 게 아니다.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교육콘텐츠를 만들고, 무료로 배포한다. 

"선생님들 중에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그동안 잘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많이 안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게 많은데 제가 보기엔 한국에도 좋은 사례들이 많다. 그래서 교실 안에서만 끝나는 걸 조금 더 드러낼 수 없을까 고민을 했다. 선생님들도 자신의 교육 활동을 더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장학사가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다'라는 모토 하에 그림으로, SNS로, 유튜브로 목소리 내는 이유다.

김 장학사는 교육지원청에서 과학영재교육과 특수교육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특수교육을 "'이미 하고 있는 미래교육'이라고 자주 말한다"며 "다양성, 개별화, 맞춤형의 미래교육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최종적으로 특수교육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했다. 모두가 특수교육을 받는 셈이라는 거다.

김 장학사는 교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교사가 힘든 점이 있고 직업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분명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방법은 있다"고 다독인다.

장학사, 참쌤스쿨 대표,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그림 그리는 선생님'으로 살고 있는 김차명 장학사를 3일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에서 만났다.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 김차명 장학사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현재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 장학사이신데, 맡은 업무는 어떤 것인가.
"과학영재교육과 특수교육을 맡고 있다. 또 장학사들이 공통으로 맡는 학교 지원, 담임 장학 등도 하고 있다. 담임 장학은 장학사 1명당 학교 몇 개가 담임 선생님처럼 지정되어 있는 제도다. 해당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선생님들의 선생님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장학사들이 대개 학교 선생님들보다 나이도 많고 시험을 거치니까 높은 위치를 갖는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교사와 장학사는 같은 급이다. 그래서 보통 장학사 '승진'이라고 하지 않고 '전직'이라고 표현한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 전문가는 교사, 교육청에서 일하는 교육 전문가를 장학사라고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 김차명 장학사가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장학사 외에도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참쌤스쿨 대표 등 여러 활동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예컨대 노동직관과 성직자관 등이 있다.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은 그중에서도 교사의 전문직관을 대변하는 단체다. 단체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했고 올해는 경기도 회장을 맡고 있다. 참쌤스쿨도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 다만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이 교원단체의 성격이 강하다면 참쌤스쿨은 '크루' 성격을 가졌다. 생긴 지 9년 정도 됐고 매년 선생님들을 모집해 현재 1기에서 9기까지 있다. 전국에서 선생님 167명이 활동 중이다. 한 달에 1번씩 참쌤스쿨 오프라인 모임을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다. 참쌤스쿨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1600만 명 정도, 매일 2만 명씩 방문한다." 

-교육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블로그에 방문할 것 같다.
"맞는다. 카드뉴스 같은 교육 자료들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생각보다 많이 방문하신다." 

-SNS 프로필이 '그림 그리는 선생님'이다. 포털에서도 '교사, 삽화가'로 나온다. '참쌤' 캐릭터도 직접 그리셨는데 탄생 비화가 있나.
"옛날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이라고 해서 이미지는 굉장히 좋은 전달 수단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보니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공교육의 공공성을 많이 고민했다. 이미지는 평등하다. 각자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든, 받지 않든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또 이미지가 들어가면 무거운 내용도 좀 가볍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이 있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걸 원래 좋아하고, 도움이 되는 쪽으로 목소리 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가지고 있다. 선생님들과 함께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다 라는 모토를 어떻게 실행할 지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어느 집단이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껏 아이들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자신의 교육 활동을 적극 보여주고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시느라 24시간이 부족할 거 같다. 혹시 번아웃이 오진 않았나.
"안 바쁜 날이 없어서 번아웃이 올 겨를이 없다. 일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는 편이다."

-직접 학급을 운영했을 때 생각나는 새 학기 에피소드가 있나.
"초임 때 당시 주변 경력있는 선생님들에게 학기 초에 애들한테 치아 보이지 말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무서워 보여야 애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네 편이고 너를 따뜻하게 대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예전과는 학교가 많이 변했다."

-더글로리를 모티브로 그린 그림이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실 다 큰 어른들도 엄청나게 싸운다. 하물며 십대들은 어떻겠나. 아이들끼리 갈등 있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가 너무 '사이다(시원한 결말)'에 목말라 있다는 거다.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둘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할지 교육하는 게 핵심인데, 누군가를 꼭 처벌하는 방식이 주가 되고 있다. 학교가 교육의 공간이라기보다 법원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맞는다. 학교폭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나누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A가 B를 때렸는데 이전에 B가 A를 놀려왔다면 서로 상대 학생을 가해자,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상황에 따라 서로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누가 봐도 명백한 경우는 별로 고민할 거리도 없다.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폭력 해결 절차가 어려운 면이 있다."

-대부분의 활동이 교육전문가로서다. '인간 김차명'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특별한 관심사가 있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거 하고 자유롭게 사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성격 자체가 즉흥적이고 생각보단 행동을 먼저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없다.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앞으로 뭐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의도하지 않게 흘러왔고 또 어디론가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꿈과 목표가 굳이 있어야 하냐는 생각도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건데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교육전문가로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거 같다. 다양성, 개별화, 맞춤형을 미래교육의 핵심으로 꼽은 이유는.
"미래교육하면 보통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같은 걸 생각한다. 그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본질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거다. 나쁜 방식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선생님 한 명이 수업하고 아이들은 다 같은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 다르다. 개별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에 맞춰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의 공공성 측면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양성, 개별화, 맞춤형을 특수교육의 기본 가치로도 꼽았는데.
"특수교육에서는 20~30년 전부터 같은 얘기를 해왔다. 실제로 특수교육 대상자 한 명 한 명에게 그에 걸맞은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특수교육을 '이미 하고 있는 미래교육'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다양성, 개별화, 맞춤형의 미래교육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최종적으로 특수교육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모두가 특수교육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학생은 그에 맞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친구도 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과학영재교육과 함께 특수교육도 맡고 있는데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지원청이 하는 일은 학교가 교육을 잘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거다. 과학영재교육 업무는 영재센터, 발명교실, 과학 실험실 등이 잘 돌아가게 돕는 거다. 실험실이 너무 노후화하면 어떻게 바꿔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식이다. 특수교육 업무는 모든 교육지원청마다 있는 특수교육센터가 원활히 운영되게 돕는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학교에 배치하고, 장애학생의 인권을 지원하고, 일반학급에 배치된 학생들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 직접 교육하는 일 등을 한다."

-초등특수교육을 석사전공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솔직히 잘 모르고 갔다.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이 오라고 해서 갔다. 하지만 지금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KBS와 함께 '대한민국 1교시'라는 전국 장애이해교육자료, 애니메이션 제작도 함께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해 9년째다. 전국에서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다. 특수교육 전공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참쌤스쿨 내 소모임 '특산품'은 어떤 목표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인가.
"'특산품: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산책하듯, 품다'라는 뜻이다. 참쌤스쿨 내 소모임이 많다. 그중 특수 교육 소모임이 없어서 만들게 됐다. 총 7명의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다. 앞서 말한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도 중요하지만 비장애 학생들과 학급에서 잘 어울릴 수 있게 하는 통합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고민하고 강조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특수교육과 관련해서 우리 교육, 사회가 지향할 점 또는 개선할 점이 있다면.
"아직도 특수교육을 부족한 친구들이 받는 교육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과거보다는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조금 더 변하면 좋겠다. 또 특수 교사 수가 너무 적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업무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인원이 적은 것에 비해 혼자서 장애 학생 관리, 예산, 사업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침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교사가 힘든 점이 있고 직업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분명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 힘 합쳐서 목소리 내야 할 부분도 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방법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정말 위험한 것은 어차피 해 봤자 안 될 거라 생각하는 무기력과 염세적인 마인드다."

KPI뉴스 / 장한별·김명주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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