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시, 공사 하청업체 '실시설계' 납품받고도 '공모' 전환해 물의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 2023-03-03 10:55:17

국도 지하구간 하청업체 부도로 후속업체 선정과정에 논란
원청사 '실정보고'→공법변경 약속→실시설계 납품 이뤄져
"공사 규모상 공모해야" vs "원청사 추천, 특허 계약이 관행"
종합건설본부 직원들, 후보업체 경비로 1박2일 출장도 논란

울산시가 KTX울산역 인근 지하차도 건설과 관련한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 직접 개입해 원청사를 통해 특정 업체의 건설참여를 사실상 인정하는 '실시설계'까지 제출받고도 '공모 선정' 방침으로 선회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업체는 독촉에 따라 억대의 '실시설계'를 제출했는데도 공모로 전환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는 30억대 공사 규모를 감안해 '공개 심의' 방식이 당연하다고 밝혔으나 해당 업체는 민사소송에 나설 태세다.

특히 해당 업체의 새로운 공법 제안에 관심을 보인 울산시 종합건설본부 공무원 3명이 하청 후보 업체의 경비 부담으로 전북 정읍시로 1박2일 출장까지 갔다온 것으로 드러나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울산역복합환승센터 주변 '기반시설 정비사업' 도로 공사 구간 모습. [울산시 제공]

논란이 빚어진 공사는 울주군 관내 '울산역복합환승센터 주변 기반시설 정비사업'과 관련한 지하통로 건설 프로젝트다.

울산시 종합건설본부는 지난 2020년 11월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서울산보람병원을 연결하는 0.92㎞(지하 통로 564m), 폭 25~30m 도로를 개설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공사 완공 시기는 지난 2월 예정이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내년 2월로 1년 가량 늦춰진 상태다.

공사의 핵심은 고속도로와 35호 국도 2곳의 왕복2차로 지하통로박스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도 지하통로 구간을 맡았던 하청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당시 이 구간의 공법은 지상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 지하 굴착 진척에 맞춰 빔과 강관으로 통로를 만들어가는 '비개착 PSTM'이었지만, 지반 침하 등 공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원청사는 수도권에 있는 비개착 통로 구조물 전문기업 A 업체를 발굴해 지난 1월 초 견적서를 받은 뒤 '실시설계' 전체분 납품을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실시설계 작업에는 3주 가량 걸리지만, 1주일 이내 제출해 달라는 독촉을 받고 정상 납품했다는 게 A 업체의 주장이다.

이러한 사정은 울산시와 감리단, 원청사 모두 취재진 질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인정한 내용이다. 다만, '실시설계' 문서를 울산시에 공식적으로 제출했느냐 하는 부분과 관련, 원청사 관계자는 "울산시에 보고만 했을 뿐, 파일을 보낸 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실시설계 납품에 앞서 울산시 종합본부 건설1팀 담당 공무원 3명은 1월 17일부터 1박2일로 A 업체 사장 등과 함께 정읍시 일원 현장에 다녀왔다. 1박2일 출장에 따른 대부분의 경비는 A 업체가 부담했다. 

현장 점검은 원청업체가 '울산시 관계자들이 (당신 업체가 시공한)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며 요청해 이뤄졌다는 게 A 업체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감리단이나 담당 공무원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던 후속 하청사 선정 작업은 '실시설계' 납품 후 며칠이 지난 1월 27일 차질을 빚게 된다.

울산시 종합건설본부는 원청사에 하청업체 선정과 관련, 공법선정위원회 개최를 통한 공모 방침을 전달했다. 원청사가 하청업체의 사정으로 교체해야 하는 '실정보고' 형식으로 공법 변경한 사례가 없다는 게 울산시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A 업체는 "'실정보고만으로 공법 결정되니 안전하게 시공해 달라'는 당초 약속과 달리 공모를 통한 '공법 심의'는 또 다른 업체를 염두에 둔 찍어내기"라며 원청사의 추천에 따른 특허 사용협약 계약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울산시는 지난 2일 해당 공사 구간에 대한 업체 공모를 발표했고 오는 6일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종합건설본부 건설1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공법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법선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건설 심의부서에서 듣고 이를 전달한 것"이라며 "지금이라고 '공법 심의'에 참여해 심사를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A 업체 대표는 "하청업체 문제로 인해 후속업체를 선정할 경우 원청사의 '실정보고'와 추천에 대해 기관은 승인만하면 되고, 이는 다른 지자체에도 관행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방식을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 공모를 하겠다는 것은 신의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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