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 논란에 임명 하루 만에 낙마…인사검증 부실 비판
박지은
pje@kpinews.kr | 2023-02-25 20:01:14
대통령실, 곧바로 사의수용…尹 대통령, 전날 鄭 임명
사퇴론·정치권 압박 부담…후보 추천 경찰청장 책임론
인사추천·검증 檢 장악 문제…대통령실·한동훈도 도마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2대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했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자성했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사의를 곧바로 수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경찰청 추천을 받아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나 아직 정식 임기(26일)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표했다.
그가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남으로써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그래도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를 추천한데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검찰 출신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고위직에 기용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경찰조직은 그의 인사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정 변호사는 국수본부장 임명 직후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그의 아들은 고1때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학교 조치에 불복해 소송까지 했고 전날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뒤 이런 사실이 알려져 거취를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정 변호사는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거센 사퇴 여론과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결국 지원 철회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야권을 중심으로 정 변호사에 대해 "학교폭력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 변호사 낙마로 전국 3만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남구준 현 국수본부장의 임기는 25일 밤 12시 끝난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정 변호사를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청은 "전임자 인사검증과 관련, 본인 일이 아니고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인 만큼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인사 검증의 주체가 아니었던 만큼 사과 대신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읽힌다.
국수본부장은 고위공직자에 속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검증 작업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기 위해 새 정부 들어 출범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 중심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이 폐지돼 인사정보관리단이 관련 기능을 이어받았다.
이번 인사 논란을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야당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에서 인사추천·검증을 책임진 자리를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점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정 변호사 사의와 대통령실 수용을 평가하면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사안의 심각성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 때 국가적 중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더 늦지 않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 본부장의 사의 표명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본부장의 사퇴를 당연한 일이라며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 변호사와 아들을 향해 "두 사람은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국민의힘도 학교폭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즉각 피해 학생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 변호사 사의 표명 전 취재진과 만나 "관련 상임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필요하면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꾸려 해당 학교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이 아니라면 정청래 의원 자녀의 여중생 성추행·성희롱 의혹부터 그 TF에서 조사하라"고 반박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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