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UPI뉴스 항소이유서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3-02-16 16:22:18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 취재활동, 위법성조각사유 해당
언론자유, 민주주의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즉각 항소"
"송○○, 김○○씨 나오세요." 15일 오후 2시20분경 서울 남부지방법원 309호실. 윤찬영 판사가 UPI뉴스 기자 둘을 호명했다. 언론 취재에 불법 딱지가 붙는 순간이었다.
윤 판사는 두 기자에게 벌금 300만,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징역 6개월, 4개월)에 비해선 가벼운 처벌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유죄 판결이다.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 본연의 취재 과정이었다. 여기에 검찰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걸어 기소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기자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통상의 취재였을 뿐이다. 대선정국이 펼쳐지던 2021년 10월 27일 두 기자는 강원도 동해 동부산업을 방문했다. 황하영 당시 동부산업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황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다. 윤 대통령과는 '의형제'로 소문난 지 오래다.
주거침입이라고 하니, 마치 문이라도 따고 들어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노크 했고, "네"라는 대답 듣고 문을 열었다. 황 회장은 부재중이었고, 문이 열려 있는 황 회장 사무실까지 둘러볼 때 여직원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무실 아닌가. 타인의 접근이 엄격히 금지되는 독립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윤 판사도 이 과정 전체를 무죄로 봤다.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5~6분 뒤 빠뜨린 질문이 있어 다시 찾은 2차 방문이었다.
그러나 1차 방문이 무죄라면서 수분 뒤 이뤄진 2차 방문은 유죄라는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 2차 방문도 무단침입이 아니었다.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고, "계십니까", 물으면서 들어갔다. 여직원이 화장실에 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을 뿐이다.
이때 한 기자가 분실한 취재수첩을 찾기 위해 1차 방문 때와 똑같이 황 회장 사무실까지 들어간 것인데, 사무실로 돌아온 여직원조차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이미 수분전 방문해 인사까지 나눈 데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 취재활동임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꼭 불법 딱지를 붙여야만 했나. 통상의 언론 취재 관행에 비춰볼 때 방문 전체를 통틀어 심각한 탈·불법 행위로 볼 수 있는 건,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설사 일부 위법성이 있더라도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언론 취재 활동이었다. 이런 경우 숱한 판례가 그렇듯 위법성이 조각(阻却)되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위법성 조각이란 '형식상으로는 범죄 행위나 불법 행위일지라도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검찰에도 묻는다. 이렇게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고소건을 정식재판까지 청구해 징역을 구형해야 했나. 고소인 측이 대통령 40년지기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보기 바란다.
이번 판결은 언론자유를 옥죈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언론인 열이면 열 "그 정도 일로 기소하고, 유죄를 때린다고? 아예 취재하지 말라는 얘기지"라며 탄식하는 터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라고 했다. 당선 이후 각종 연설에서도 가장 강조하고 애용하는 단어가 '자유'다.
백퍼 동의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 자유는 잇단 고소·고발에 포위돼 질식할 지경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인가."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게 물었다. 수초만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는 상호 보완적인 요소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는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보호하여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UPI뉴스의 당시 취재활동은 이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공적 활동'이었다.
UPI뉴스는 그래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즉각 항소할 것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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