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특산물 '시설깻잎' 산파역 서정태씨 성공담…"36년 세월 경이적"
손임규 기자
kyu3009@kpinews.kr | 2022-11-14 10:41:56
수막재배·보온포장 '창의력' 성공기반…밀양 '시설깻잎' 전국 55%차지
"80년대 중반 '시설재배' 개념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시기, 고민 끝에 선택한 '시설깻잎'이 이제는 밀양 명품 특산물이 됐습니다. 전 국민에게 사랑받고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밀양에 '시설깻잎'을 첫 도입한 주인공 서정태(72·교동) 씨는 나이의 절반만큼인 36년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지역에서 '시설깻잎'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밀양이 전국 생산량 55%를 차지하는 '시설깻잎'의 메카로 불리기까지 청년 농부로서 인생의 승부를 걸었던 서 씨의 성공스토리는 지역 농가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주말 밀양 부북면 자신의 하우스 농장에서 만난 서 씨는 깻잎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과정에서도 '시설깻잎' 재배 초기 과정을 들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환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1980년대는 한겨울 시설재배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당시 3월부터 7월까지 시설고추를 하는 농가가 많았는데,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수확할 수 있는 시설 대체작물을 찾던 중 김해 낙동강 변에서 깻잎 재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 답사를 간 게 계기였다"
채산성과 비전을 확신한 서 씨는 고향 삼문동에 돌아온 뒤 1986년 지인 7명과 함께 삼농회(삼문동 농우회)를 구성, 1인당 2000여㎡ 규모의 하우스를 만들어 본격적인 '시설깻잎' 재배에 들어갔다.
삼농회 회원들의 창의력은 처음부터 발휘됐다. 당시 이들은 고온작물인 시설고추를 3∼4월에 정식(定植·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심는 일)하고, 수온이 따뜻한 지하수를 이용하는 이른바 '수막재배'를 하는 농법을 사용해 왔는데, 이를 저온작물인 시설깻잎에도 적용한 것이다.
수막재배는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이중 또는 삼중으로 설치한 뒤 그 사이로 지하수를 흘려보내 비닐하우스 내부를 난방하는 방식이다. 겨울에도 15도 안팎인 지하수 덕분에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수막재배를 '시설깻잎' 재배에 도입한 결과 혹한기에도 냉해피해 없이 상품성이 뛰어난 시설깻잎을 생산할 수 있었다. 겨울 시설농작물 경영에 절대적인 '수막재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같은 획기적인 '수막재배' 농법은 그 이후 딸기·수박 등 시설 농가에 전파됐다"
'수막 재배'로 출하된 시설 깻잎이 품질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용산 농산물시장 상인들이 밀양깻잎을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섰고, 상인들이 깻잎 확보에 로비할 정도로 유명해 졌다.
지난 1986년 7명에 불과했던 깻잎재배 농가는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 10년 뒤에는 100여 농가로 늘었다. 당시 형성된 작목반은 오늘날 밀양 농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시설깻잎'이 첫 도입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꽃이 피지 않도록 하면서 깻잎만 수확하기 위해서는 야간에 전등을 계속 켜둬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큰 과제였다.
"다른 지역은 엄청난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불이 켜지고 꺼지는 시간타임을 적용하는 로타리식 방법을 창안, 전기요금을 70%까지 감축했다. 초기 병해충 방제 약도 없던 시절, 무조건 극복할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이 있었다"
서 씨는 이 같은 독창적인 농법에다 '보온 포장' 방법을 스스로 창안해 내며 먼거리 수송 문제도 해결했다.
당시 농산물 포장 박스가 없고 보온으로 수송하는 차량이 없어 서울 수송 시 냉해피해를 입는 게 태반이었다. 하지만 밀양지역 '시설깻잎' 농가는 보온 포장 기술을 공유하면서, 겨울철에는 다른 지역 생산품보다 3~4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서 씨의 자랑이다.
서정태 씨는 "겨울 시설깻잎을 처음 재배하면서 시설, 농법 등 모든 것이 열악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깻잎재배 농업인이 이렇게 늘어나면서 전국을 선도하는 농산물이 된 것이 너무나 경이롭다"고 스스로 탄복했다.
한편 밀양시 시설깻잎 재배 면적은 261㏊에 이르고 있다. 628농가에서 연간 845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규모다.
KPI뉴스 / 손임규 기자 kyu3009@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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