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재계의 특명…"尹대통령과 친한 검사 출신 찾아라"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2-05-12 08:23:15

공정위 발표 30대 그룹 대표·사외이사 집중 분석
30대 그룹, 법무실장·사외이사에 尹 친한 검사 대거 포진
포스코 법무실장에 尹 사시·연수원 동기 검사 영입
CJ ENM·GS건설은 검사 출신 CEO가 활동해
재계 일각 "대한민국은 이제 검찰 공화국 실감"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은 검찰 출신 인사 전면 배치다. 재계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재계에서도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회의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권력의 속성상 대권을 거머쥔 윤 대통령과 가까울수록 힘은 비례한다. 그중에서도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지금은 그야말로 호시절이다.

기업들 움직임도 빨라졌다. 모름지기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시류를 잘 읽는다. 10대 그룹 중 한 곳인 모 기업은 최근 윤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 핵심부와 줄을 닿기 위해 혈안이다. 법무 임원 직급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격상시키는가 하면, 대외담당 고문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시절 친하게 지낸 선·후배 변호사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찾는 인물은 특수 수사에 잔뼈가 굵은 특수통 검찰 출신 변호사다. 윤 대통령 대학(서울 법대)·사법고시(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나 친분이 있는 검사 출신이라면 대환영이다. 윤 대통령 직속 상관이었던 인물은 '영입대상 0순위'다.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장(법무법인 광장·연수원 17기)이 대표적이다. 송 변호사는 올 3월 열린 롯데푸드 주주총회(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재선임 됐다. 이번 임기까지 포함하면 롯데푸드에서 6년이나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송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동갑내기(1960년생)로 서울대도 같은 해에 입학했다. 학과만 사회교육과로 달랐다. 사법고시 합격은 송 변호사가 7년 가량 빠르다. 송 변호사는 검찰 내에선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 당시 대검 공안부장과 수사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올 롯데하이마트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뽑힌 최혜리 변호사(법무법인 산지·연수원 23기)는 윤 당선인과 연수원 동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사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대외협력 임원도 "이런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잠깐이나마 함께 일한 이력이 있으면 몸값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 지난달 포스코 법무실장으로 영입된 검사 출신 김영종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과 사시, 연수원 동기다.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설전을 벌여 유명해졌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인 2012년 '유명 H 어학그룹 시험문제 불법 유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 입김이 강한 포스코는 지난달 지주회사격인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부사장)에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연수원 23기)을 임명했다. 김 부사장은 윤 대통령과 사시, 연수원 동기다.

그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청탁전화 하지 않으셨냐"고 해 논란을 일으키며 유명해졌다.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그때 생겼다. 노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응수했다. 포스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임원은 "정권 교체 후 어김없이 회장이 교체된 포스코나 최정우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들의 기업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흐름이 한층 가속화할 조짐이다.
 
한화 법무실장은 조국 자택 압수수색 검사


롯데지주 준법경영실장인 박은재 부사장(연수원 24기)은 윤 대통령의 사시, 연수원 1년 후배로 2013년 9월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에 반발, 대검 미래기획단장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좌천된 후 옷을 벗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채동욱 전 총장과 가깝게 지내 '채동욱 키즈'로 불렸다.

(주)한화 법무실장인 이광석 상무(연수원 33기)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재직 시절인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검사로 유명하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연수원 27기)와 가깝다는 평가다.

▲ 2018년 10월19일 윤석열(왼쪽 세번째)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 박정식 서울고검장, 윤 지검장,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이동열 서울서부지검장, 김우현 인천지검장, 고기영 춘천지검장. [뉴시스]

검찰 고위직이나 특수통 검사 출신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카드는 올 3월 주총에서 김준규 전 검찰총장(연수원 11기)을 신임 사외이사로 뽑았다. 김 전 총장은 2009년 8월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대구지검 부장검사였던 윤 대통령을 대검 범죄정보담당관(제2담당관)에 전격 발탁한 인연이 있다.

범죄정보담당관은 주요 범죄 정보를 모아 총장에서 보고하는 직속 부서다. 그 이후 윤 대통령은 대검 중수2과장, 1과장, 특수1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도 올 주총에서 윤 대통령의 사시, 연수원 1년 선배인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연수원 22기)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새로 뽑았다.

당초 법무부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권 변호사는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로도 활동중이다. 올 초에는 제2기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도 합류했다. 참고로 1기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봉욱 전 대검차장(연수원 19기)이었다.

이밖에도 권 변호사는 2019년 손혜원 전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사건을 수사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근무 인사들도 영입대상

윤 대통령 연수원 동기인 조상철(연수원 23기) 전 서울고검장은 올 롯데쇼핑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연수원 동기지만 나이는 9살 가량 어리다. 검찰 내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의 한참 검찰 선배인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법무법인 바른·연수원 16기)도 올해 호텔신라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임기가 끝났지만 검찰 출신인데다 현 집권세력과 가깝다는 이유로 재선임된 경우도 있다. 김상희 전 대전고검장(연수원 6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상도 전 춘천지검장(법무법인 로고스·연수원 12기)이 CJ프레시웨이 사외이사에 다시 뽑힌 것이 대표적이다.

▲ 지난 10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재벌가 기업인들. 가운뎃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했던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들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김앤장법률사무소·연수원 16기)은 올 3월 현대그린푸드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다시 뽑혔다. 정 변호사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 재직한 2008년 이명박 정부 정권인수위에 파견된 바 있다. 권익환 변호사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동안 검찰 출신 인사가 민간 기업으로 갈 경우 임원급인 법무실장이나 준법지원인 정도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 CEO로 영전하는 경우도 늘어날 조짐이다.

지금까지 검찰 출신 주요 대기업 CEO로는 임병용 GS건설 대표(부회장·연수원 19기)가 거의 유일했다. 임 부회장의 검찰 이력은 초임지인 수원지검에서 2년 간 검사로 지낸 것이 전부다. 이후 럭키금성그룹(LG그룹 전신) 법무팀장을 거쳐 GS그룹 임원으로 활동했다.

예능 프로 '유퀴즈' 만든 CJ ENM 대표도 尹 사시 1년 선배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출연해 논란이 됐던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더블럭'을 제작한 CJ ENM 강호성 대표(연수원 22기)는 윤 대통령의 사시, 연수원 1년 선배다. 그는 1998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광장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CJ그룹(CJ ENM 부사장)에 합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김희관 변호사(연수원 17기)는 2020년 KT 최고준법감시책임자에 임명됐다.

▲ 2022년 주요 기업 주총에서 선임된 검찰 고위직 출신 사외이사 [UPI뉴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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