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우크라 평화협상…'분단 한국' 시나리오로 가나

김당

dangk@kpinews.kr | 2022-03-30 17:20:46

Will Ukraine follow the scenario of "Divided Korea"?
젤렌스키, 우크라군 정보국 '한국 시나리오' 분석후 윤석열과 통화
"종전 이후에 가급적 이른 시일내"…윤 당선인 '종전' 언급해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종전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에 한·우크라이나 양국이 만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뉴시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30일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종전 이후에 가급적 이른 시일내 양국이 만나서 실질적 협력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논의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오후 5시(키이우 현지시간 오전 11시)에 전화통화를 했다.

당초 윤 당선인측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에 "현재 우크라이나가 전시상황에 처해 있는 관계로 세부적인 통화내용은 공개가 어려움을 양지해주시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쯤 공식 트위터에 윤 당선인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향후 책임 있는 활동과 성공을 기원하며 더욱 생산적인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라고 썼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윗을 언급하며 "생산적 협력이라는 것이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을 볼 때 함의하는 바가 크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윗과 추가로 전하는 윤 당선인의 뜻이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은 실용주의를 표방한 윤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의 실질적 교류협력 심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윤 당선인이 "종전 이후에 가급적 이른 시일내"라고 '종전'을 언급한 것이다.

▲ 우크라이나 대표단장 다비드 하라하미야(오른쪽)와 러시아 대표단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5차협상에서 의제를 교환했다. [포돌랴크 트위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약 4시간 동안 5차 협상을 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으로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보장 체제가 마련된다면,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였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 내에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로 된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 제안에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국 목록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측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 제안에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탈환하려는 노력을 배제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돌랴크 보좌관은 소셜미디어에 "여기에는 어떤 경우에도 크림반도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닌 정치적·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무력을 사용해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를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실을 반영한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아직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이 주축이 돼 세운 크림 공화국을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 중 하나로 흡수해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지난달 21일 독립국으로 인정했으나, 아직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공화국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한 뒤 가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일부이며 동부 우크라이나가 고대 러시아의 영토라며 이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돈바스 지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새 안보보장 체제와 중립국화를 연계한 러시아와의 합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먼저 국민의 승인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와 안보 보장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은 러시아 측에 넘어갔고, 우리는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 간 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러측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이 제안을 조만간 검토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상응하는 우리의 답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상응하는 러시아의 답이 어떤 내용일지는 푸틴의 의중에 달렸다.

▲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둘로 쪼개는 이른바 '한국 시나리오(Korean scenario)'를 모색 중이라는 분석을 공개한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RU) 누리집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누리집 캡처]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둘로 쪼개는 이른바 '한국 시나리오(Korean scenario)'를 모색 중이라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RU)의 분석이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의 '한국 시나리오'와 협상 대표단의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윤석열 당선인과 통화했기에 양자 간에 '한국 시나리오'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은혜 대변인은 "전화통화가 적지 않은 시간 이뤄졌지만, 전시 상황이니 상대 국가 사정을 감안해 구체적으로 더는 말 못 드려 죄송하다"며 이외의 구체적 통화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면서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과 남한을 만들려는 시도다"라고 분석했다.

부다노프 준장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하려는 작전이 실패하는 바람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푸틴의 전쟁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남쪽과 동쪽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까지 육로를 건설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무너지지 않는 도시 마리우폴이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이 예상하는 동∙서 분할 시나리오는 먼저 동부 점령지역에 괴뢰 당국을 세우고 주민들이 흐리우냐(우크라이나 화폐)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하나의 준국가 독립체로 통합하는 것이다.

부다노프 준장은 "러시아는 이미 점령지역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국제적 수준에서 협상하기를 원하겠지만 점령 지역에서 우리 국민의 저항과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 및 점진적인 영토 해방은 적의 시나리오 이행을 상당히 복잡하게 만든다"고 전망했다.

그는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게릴라성 사바나 기후 시즌이 곧 시작된다"면서 "그때가 되면 러시아인들에게는 어떻게 생존하느냐는 한 가지 시나리오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월 24일 기준 우크라이나 원조 국가 및 기구 현황 [AFP, 유엔 등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윤석열-젤렌스키 사이에는 '한국 시나리오'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종전이 이뤄지면 두 사람이 만나 실질적 협력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27일 페이스북에 "70여년 전 6.25 전쟁에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유세계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이었다"며 "국가 안보 위기 시에는 우방국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보였다.

이어 지난 2일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만나 "저를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민들이 일치단결해 러시아에 결사 항전하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약간의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이외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 중에 어떤 물자나 생필품이 필요한지 말씀을 해주시면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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