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쇼에 색소폰…노인들의 친구 된 칠곡 은퇴 노목사

전주식 기자

jschun@kpinews.kr | 2021-10-25 09:16:50

"평생의 노고에 지친 이들에 희망을 주고파"

팔순을 앞둔 은퇴 목사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화려한 무대복과 우스꽝스러운 안경까지 걸치고 마술사로 분장해 성경책 대신에 기독교는 다소 금기시하는 마술 공연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 조석준 씨가 노인들을 위한 마술 공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주인공은 칠곡군 재능기부단체 '어름사니' 소속 조석준(77) 씨로 대한예수교 장로교에서 50여 년간 목회자의 길을 걷다 2015년 은퇴했다.

조 씨는 더 이상 목회자로서 복음을 전달할 수 없게 되자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마술 공연으로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는 토지 일부를 처분해 마술 도구를 구입하고 주말이면 서울로 와 마술 고수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기 시작했다.

부족한 마술 장비는 며느리와 사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며 압력 아닌 압력을 넣어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마술에 쏟아 부은 금액이 5000만 원을 넘어서고 거실이 마술 도구로 어질러지자 부인 이숙이(70) 씨의 반대도 컸지만 어렵게 설득했다.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즐겨 찾는 콜라텍과 공원 앞에서 마술 공연을 펼치며 노인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며 밝은 곳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노인들도 성에 대한 욕구가 강해 임질, 매독 등의 성병 문제가 심각하다"며 "노인들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끌어 내고자 콜라텍 입구에서도 공연을 펼쳤다"고 전했다.

또 '칠곡군 어름사니'와 '칠곡군 할매할배인형극단'에도 가입해 주민들과 어린이들과도 재능과 끼를 마음껏 나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거리 공연이 힘들어지자, 지난 8월 유튜브 채널 '덕산'을 개설하고 온라인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술뿐 아니라 2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색소폰 연주까지 가미했다. 색소폰도 가미된 공연 다변화를 부인에 이어 자녀들도 만류했지만, 괴짜 할아버지의 고집과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젊은 청년을 능가하는 우렁찬 목소리로 기합을 넣고 호각, 마술, 색소폰 등을 활용한 다양한 공연 영상 40여 편을 올렸다.

조씨는 "비록 세상이 정한 이치와 순리에 따라 은퇴 했지만 목사는 목사"라며 "노인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기 위해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마술과 색소폰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빈곤으로 대한민국 노인들은 더욱 어두운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누구나 시간문제일 뿐 늙어가는 것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전주식 기자 jschu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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