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인도∙태평양 '새판 짜기' 가세

김당

dangk@kpinews.kr | 2021-09-17 17:02:30

미∙영∙호주 印太동맹 AUKUS 체제 이어 유럽도 중국 포위망 가세
EU, 대만과 무역 합의 모색키로…대만, 새 印太戰略에 쌍수 환영
미∙중 줄타기 한국…새로운 판짜기의 아웃사이더로서 한계점 도달

인도·태평양 지역이 요동칠 기세다.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주제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 홈페이지 캡처]


미국∙영국∙호주 3국이 전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새로운 안보동맹체제인 오커스(AUKUS)를 발족시킨 데 이어 유럽연합도 이런 흐름에 가세함으로써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포위망이 강화되는 형국이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주제프 보렐(Josep Borrell)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면서 "세계의 무게 중심이 지경학, 지정학 측면에서 인도·태평양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면서 "EU와 인도·태평양의 미래는 연결돼 있다"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AP 통신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정치, 방위 부문의 관계를 강화하고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외교관들을 인용해 인도, 일본, 호주, 대만과의 관계 강화는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EU가 대만과 무역 합의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와 관련 대만 외교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EU가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에서 처음으로 대만을 언급하고 대만 해협의 안전 형세에 주목[關切]했으며 대만을 인도∙태평양 지역 내 EU의 중요 협력파트너로 평가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어 EU가 대만과의 양자투자협정 체결 관련 영향 평가, 자문, 범위 설정 등 협상 준비작업에 조속히 착수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대만 중앙통신은 EU가 지난 4월 발표한 인태전략(印太戰略)에서는 대만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금번에는 대만이 수 차례 언급된 것은 EU가 대만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EU의 공동 성명은 지난 4월 19일에 채택된 '인도∙태평양에서의 협력을 위한 EU 전략'을 9월까지 마련한다는 이사회 결론에 따른 것이다.

 

당시 EU는 27개국 외교장관들이 채택한 문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재 움직임은 극심한 지정학적 경쟁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 한국, 호주 등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과 공동 관심사안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까지 세부 전략을 마련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 프랑스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 현황 [프랑스 국방부]


그동안 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토(뉴칼레도니아)와 국민(160만명)을 보유한 프랑스는 2018년 공식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영토 주권을 바탕으로 배타적경제수역을 설정하고 군사 활동도 지속해 왔다.

 

경제대국 독일은 지난해 9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일본,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와의 안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태평양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다자주의, 자유무역, 그리고 인권과 규범을 중심으로 한 참여를 선언했다.

 

역사적으로 해상무역 강국이었던 네덜란드도 독일의 뒤를 이으며 이 지역에서 유럽의 포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영국은 앞서 미국∙호주와 함께 역내 새로운 안보동맹체제인 '오커스'를 출범시켰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각각의 인도∙태평양 전략 문서에서 공통적으로 EU 차원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제안해왔다.

 

EU 집행위는 이번 전략에서 또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항행의 자유 등을 지원하기 위해 EU 회원국 해군 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프랑스를 필두로 독일, 네덜란드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EU도 공동의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거대한 체스판'은 이제 인도·태평양으로 그 무대를 옮기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앞세워 공격적인 확장을 취해온 중국의 부상이 유럽의 인도∙태평양 개입이라는 입장 변화로 나타난 셈이다.

 

프랑스는 미국∙일본∙인도∙호주가 구성한 4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참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쿼드가 이미 역내의 핵심 안보 체제로 부상했고, 더 확대된 형태의 '쿼드 플러스'가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은 비공식적인 참여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의 역내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특수성을 구실로 안보(가치)는 미국, 경제(실리)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과 예외적 특수성을 유지해 왔다. 유럽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제 전통적 해양 안보뿐만 아니라 인권, 법치, 민주주의 같은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다자주의의 축으로 떠올랐다.

 

이들과 '생각이 같은 한국'은 새로운 판짜기의 아웃사이더로서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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