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압구정 독주'에…대우·롯데, 성수4지구서 '사활 건 리턴매치'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5-22 16:58:12

대우·롯데, 성수4지구 수주전 본격 재점화
현대·삼성 압구정 잡고 최상위권 도약 전망
성수 이어 하반기 30조 규모 '목동 대전'으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진검승부가 마침내 본격화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재개발 시공권 수주를 두고서다. 서울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이자 대어급 사업지로 꼽히는 곳이다.

 

번번이 기싸움을 벌이며 벼랑 끝 대치를 이어오던 양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입찰 참여를 전격 확정하면서, 업계 시선은 성수에서 시작해 하반기 목동으로 이어질 거대한 연쇄 리턴매치로 쏠리고 있다.

 

▲ 성수전략정비구역 예상 조감도. [서울시]

 

22일 성수4지구 조합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날 조합에 입찰참여보증금 500억 원과 함께 조합이 요구한 '추가이행각서'를 최종 제출했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은 전날인 21일 보증금 500억 원 전액을 현금으로 선납하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로써 다음 달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양사의 '2파전 격돌'이 공식적으로 성립됐다.

 

성수4지구 재개발은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8만9828㎡ 부지에 지하 6층~지상 64층 규모의 아파트 1439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만 약 1조3628억 원에 달한다.

 

이번 입찰 성사는 양사, 특히 대우건설의 고심 끝에 나온 결단이다. 앞서 연초에 치러진 1차 입찰은 건설사들의 개별 홍보 지침 위반과 조합의 절차적 하자 등으로 인해 서울시와 성동구청의 행정지도를 받으며 전면 무효 처리된 바 있다.

 

이후 진행된 재입찰 과정에서도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조합이 입찰 자격 조건으로 '서울 내 하이엔드 주거브랜드 시공 실적'을 까다롭게 제한하자, 업계 일각과 일부 건설사들 사이에서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기 위한 과도한 조건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심각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지침 위반 시 보증금 500억 원 몰수'와 "조합의 일방적 판단에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추가이행각서 제출까지 강제되면서 건설사들은 자격 박탈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대우와 롯데 모두 성수4지구의 상징성과 사업성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독소조항을 감수하고 베팅을 감행했다. 그만큼 한강변 랜드마크 확보가 향후 수주 시장의 명운을 가를 마스터키라는 방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수4지구는 회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는 사업지"라며 "조합원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사업 조건을 제안해 수주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 역시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성수4지구만을 위한 사업 조건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초고층 시공 기술력과 글로벌 파트너사 협업을 바탕으로 성수4지구를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양사가 성수4지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달 말 '압구정 대전'이 가져온 국내 정비사업 수주 판도의 지각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1분기까지만 해도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빠른 수주 행보를 보이며 GS건설과 함께 정비사업 수주 상위권을 리드해 왔다. 이날 기준 올해 국내 재개발·재건축 누적 수주액은 GS건설이 4조7000억 원, 대우건설이 2조5433억 원, 롯데건설이 1조5049억 원으로 톱(TOP)3를 달리고 있다. GS건설은 성수1지구 시공권을 확보하며 한발 앞서 나간 상태다.

 

그러나 이번 주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권을 거머쥐게 되면 판도가 완전히 재편된다.

 

당장 오는 23일로 예정된 압구정 4구역 시공사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시공권(공사비 약 6892억 원)을 획득할 경우, 단숨에 누적 수주액을 약 2조8000억 원 상당으로 끌어올리며 대우와 롯데를 한 번에 추월해 업계 3위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여기에 25일 압구정 3구역(공사비 5조5610억 원) 수주가 확실시되는 현대건설은 누적 수주액 6조6000억 원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1위로 치고 올라간다. 

 

이어 오는 30일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공사비 약 4434억 원)까지 삼성물산이 추가 수주할 경우 삼성은 3조3000억 원 고지에 올라서며 대우·롯데와의 격차를 벌리게 된다.

 

결국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최상위권 리그를 구축함에 따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순식간에 중위권인 '업계 4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처절한 쟁탈전 구도를 그리게 된다.

 

성수4지구는 상위권 리그로 재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인 셈이다. 다음 달 성수4지구를 따내는 건설사는 삼성물산(최대 3조3000억 원 예상)을 밀어내거나 턱밑까지 추격하는 '대역전극'을 쓸 수 있다. 

 

대우건설이 승리하면 3조8000억 원대로 뛰어올라 3위를 탈환하며, 롯데건설이 승리하면 2조8000억 원대로 불어나 대우를 5위로 밀어내고 4위 자리를 꿰차게 된다.

 

양사는 자신들만의 핵심 무기를 앞세워 조합원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한 'THE SEONGSU 520'을 제안하며,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낮은 지수를 적용해 공사비를 약 460억 원 절감하는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세웠다. 

 

반면 롯데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하고,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초고층 시공 기술력과 글로벌 협업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성수4지구에서 갈라진 양사의 명운은 하반기 총 사업 규모 30조 원에 달하는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대전'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총 14개 단지로 추진되고 있는 목동 재건축 사업은 가구 수가 많고 사업비 규모가 워낙 커 건설사들이 얼마나 많은 깃발을 꽂는지에 따라 수주 격차가 수조 원 이상 벌어질 수 있는 최대 격전지다.

 

현대건설(디에이치), 삼성물산(래미안), GS건설(자이) 메이저 3사가 압구정·강남에 이어 목동 전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과 롯데건설도 선제적 홍보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양사는 목동 핵심 요지에 각각 '써밋 라운지'와 '르엘 라운지' 등 브랜드 홍보 전초 기지를 조성하고, 일찌감치 물밑 수주전에 돌입했다.

 

현재 목동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6단지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업계에선 목동 8단지와 11단지 등에서 대우와 롯데가 재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8단지는 오는 8월, 11단지는 10월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아직 특정 단지를 타깃으로 확정하진 않았다. 목동 신시가지 전체 단지를 모두 검토 대상으로 열어두고 시장성과 타당성을 다각도로 저울질하는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목동의 경우 현재 특정 단지만을 겨냥하고 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장을 들여다보는 분위기"라며 "향후 면밀한 사업성 검토를 거친 후에 집중해서 입찰에 참여할 곳들을 최종적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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