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장부상 후순위 채권 만들어 1300억대 '고리대금업' 논란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9-16 17:09:50

일산대교㈜ 인수후 대출 하루만에 원금 회수…장부상 부채로 남겨
2036년까지 장부상 부채 따른 연 20% 이자 수익...1375억 원
이재명, "ESG 무시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 비난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 운영업체인 일산대교㈜를 인수하면서 후순위 차입금 361억 원을 대출해주고 하루 만에 회수한 뒤, 장부에 부채로 남겨 연리 20%의 고리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장부상의 부채에 따라 일산대교㈜는 2014년부터 상환기간인 2036년까지 매년 20%씩 모두 1375억 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해 그 동안 적자 운영의 원인이 됐다.

▲지난 3일 공익처분을 통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온라인 기자회견 캡처]

국민연금은 또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상환기간 만료 시기에 가까운 2030년 이후에 해당 후순위 차입금의 원금을 상환토록 해 공공기관이 허위 원금으로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경기도의회가 입수한 일산대교㈜의 연도별 감사보고서와 감자결정서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09년 12월 1일 일산대교㈜를 인수했다. 이들 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일산대교㈜는 2002년 7월 25일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가 523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일산대교 운행사업 법인이다.일산대교㈜는 이들 건설사가 투자한 자본금 523억 원 외에 1418억 원을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해 일산대교를 건설했다.

일산대교는 일산대교㈜가 경기도와 2038년까지 30년 간 최소 운영수입(MRG 88%)을 보장하는 민간투자방식으로 건설됐다.

국민연금은 일산대교㈜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 등 건설사에 매각대금 1092억 원을 지불했다. 또 일산대교㈜에 모두 1832억 원을 대여하고, 이 가운데 1471억 원은 선순위, 361억 원은 후순위 차입금으로 나눴다. 선순위 차입금은 기존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에 쓰였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일산대교㈜의 유일한 대주주로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일산대교㈜ 자금재조달 및 현금흐름도 [경기도의회 제공]

원금은 회수, 장부상만 남은 부채로 고리 이자 챙겨


국민연금이 일산대교㈜에 1832억 원을 투입한 시점은 2009년 12월 28일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자금을 투입한 다음 날인 29일 자금 재조달을 이유로 일산대교㈜의 주식 1045만400주를 323만1600주로 감자하는 유상 감자를 단행했다. 1주당 5000원짜리다.

유상 감자는 일반 감자와 달리 줄어 든 감자분 만큼의 자본을 소각하지 않고, 감자를 단행한 주주가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감자를 통해 자본금이 522억 원에서 161억 원으로 줄어든 차액 361억 원을 국민연금이 회수했다는 의미다.

공교롭게 국민연금이 유상감자를 통해 회수한 361억 원은 일산대교㈜에 투입했다고 장부에 기록한 후순위 차입금 361억 원과 같다.

이는 국민연금이 유상 감자를 통해 361억 원을 회수한 뒤 그 액수 만큼 장부에 부채비율로 남겨뒀다는 의미라고 도 의회는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일산대교㈜에 투입한 선순위 차입금 이자율은 8% 고정이다. 후순위 차임금은 기간별로 나눠 2009년 12월~2010년 12월 6%, 2010년 12월~2012년 12월 7%, 2012년 12월~2013년 12월 12%, 2013년 12월~2014년 12월 13% 등이다. 이후 2014년 12월부터 원금상환 만료 기간인 2036년 9월까지 이자율은 20%다.

회사 파산 시 잔여재산에 대해 선순위 차입금(근저당설정된 차입금 등)이 먼저 상환된 뒤 잔여 재산이 있을 경우 후순위 차입금을 변제하게 된다. 후순위 차입금은 잔여재산이 없을 경우 변제를 못 받을 수도 있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다.

이런 이유로 이 지사는 지난 3일 공익처분을 통한 일산대료 무료화 추진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일산대교 문제는 사채에 가까운 높은 이자율, 투자 금액 대비 과도한 수익 측면에서 보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및 일산대교㈜ 수익 현황 [경기도의회 제공]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장부상 부채

국민연금은 선순위와 후순위로 차입금을 투입하면서 이자율 뿐 아니라 원금상환 기간도 달리했다.

선순위 차입금 원금상환 기간은 일산대교㈜ 인수 후 7년 뒤인 2016년부터 2029년까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는 구조를 지닌 후순위 차입금 원금은 2030년부터 2036년까지 상환토록 했다. 원금상환 기간을 최대한 늦춰 이윤을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순위 차입금 1471억 원에 대한 이자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237억 원이 발생했다. 상환기간인 2036년까지 436억 원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총 이자액은 1674억 원으로 원금의 1.14배다.

같은 기간 후순위 차입금은 684억 원의 이자가 발생했고, 향후 예상되는 이자는 모두 938억 원 규모다. 총 이자액은 1623억 원으로 원금의 4.5배다.

통행료 증가에도 적자에 허덕

일산대교㈜는 운행을 시작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억~1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다 2017년에 들어서야 흑자로 전환했다. 연도별 흑자규모는 2017년 11억, 2018년 40억, 2019년 42억, 지난해 43억 등이다.

흑지전환에는 통행료수입 증가가 컸다.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인수 이듬해인 2010년 110억 원에 불과했던 통행료 수입은 지난해 283억원으로 1.57배 늘었다. 이 기간 총 통행료 수입은 2195억 원이다.

경기도도 최소 운영수입(MRG 88%) 보장에 따라 이 기간 재정보전금 427억 원을 투입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통행료 수입에 재정보전금을 더한 일산대교㈜ 총 수입은 2622억 원 규모다.

하지만 이 기간 국민연금이 받아간 이자 총액은 1922억 원으로 전체의 73.3%에 달한다.

일산대교㈜는 올해부터 일산대교 운행권을 쥔 2038년까지 5100억 원의 통행료 수입과 경기도 재정보전금 183억 원 등 모두 5283억 원의 추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는 통행량과 재정보전금 규모다 지난해와 같다는 전제가 깔렸다. 이 기간 국민연금 측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 총액은 1375억 원 규모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이미 투자 원금 이상의 이자 수익을 챙긴 셈인데 앞으로는 이자 수익에 더해 흑자로 전환한 일산대교㈜의 배당금까지 챙기게 될 것"이라며 글자 그대로 "봉이 김선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현재로선 답변이 어렵고,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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