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역화폐 운용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역화폐 인센티브 지원에 사용할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규모가 올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서다. 인센티브 국비 지원 비율도 올해 8%에서 절반인 4%로 축소된다.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은 행안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각각 8 대 1대 1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경기도 내 시·군에서 발행한 지역화폐 [경기도 제공]
9일 행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행안부의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발행액 기준 6조 원만 반영됐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발행액 기준 15조 원의 40% 수준이다.
행안부는 당초 올해와 같은 규모로 예산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한시지출사업의 정상화를 이유로 관련 예산을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랑상품권 인센티브 국비 지원 비율도 올해 발행액 대비 8%에서 4%로 낮아졌다. 대신 각 지자체가 10% 이내에서 자율 매칭토록 했다.
올해는 발행액 대비 10%의 인센티브 지급 조건을 맞춰야 국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행안부가 8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광역지자체와 해당 시·군이 5 대 5로 분담한다.
인센티브 지원 비율이 8%에서 4%로 낮아지면서 국비 규모도 올해 1조2500억 원(발행액의 8%)의 20% 수준인 2400억 원(발행액의 4%)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인센티브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자체 예산을 최대 3배까지 증액해야 해서다.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율을 올해와 같은 발행액 대비 1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안부가 지원하는 4%를 제외, 나머지 6%를 광역지자체와 시·군이 분담해야 하는데 현재는 2%를 분담하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재정운용상 지역화폐 예산만 무한정 올릴 수 없는 처지다.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경우 지역화폐 이용률 급증으로 관련 예산이 급속도로 소진되면서 앞다투어 충전 한도를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시의 경우 올해 지역화폐(용인와이페이) 인센티브 예산으로 154억 원(국비 105억 원)을 편성했으나 1~4월 월 평균 20억 원이 지급되는 등 예산 소진이 빨라지자 지난 5월 1인당 충전 한도를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낮춘 바 있다.
같은 기간 하남시와 양주시, 양평군 등의 지자체도 충전 한도를 50만 원에서 30만~40만 원 규모로 낮췄다.
이에 경기도는 행안부에 국비 추가지원을 요청, 450억 원을 추가로 교부받았다. 경기도가 올해 행안부로부터 지원 받은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은 추경을 포함, 모두 2187억 원 규모다.
▲지난 4월 21일'경기도 재난기본소득 31개 시군 데이트'의 일환으로 군포 산본 로데오거리를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화폐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내 지역화폐 가입자 수와 발행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565만7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111만여 명)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화폐 월평균 발행액도 953억5000여만 원에서 3114억6000여만 원으로 약 3.2배 늘었다.
소상공인의 호응도도 높아 경기연구원이 지난 1월 도내 소상공인 38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 결과 67.6%가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또 70.8%는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경기도는 올해 말까지 도내 지역화폐 발행액이 4조3000억 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5조4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 발행액은 2018년 37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조3000억 원 규모로 36배 증가했다. 2018년은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사업을 벌인 첫 해다.
이 같은 급증세에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행안부에 반영을 요청하고 있는 내년 예산 규모는 발행액 기준 28조~2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가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축소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 지사는"가뜩이나 코로나 경기불황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지역화폐 예산 삭감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며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를 도모하고 골목 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그 경제적 효과는 지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가뜩이나 침체된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이라며 "지금까지 버텨온 자영업주, 소상공인들의 희망을 꺾고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의 대폭 증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며 "정부 예산 증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