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폐교, 마을의 새 공동체 중심·제2 교육기관으로 재탄생
문영호
sonanom@kpinews.kr | 2021-09-08 17:07:17
드론 전문가 양성소로 바뀐 이천 율면초 월포분교
경기도교육청, "활용가치 높아 폐교 매각 안한다"
교육당국의 '애물단지'이자 지역의 흉물로 취급받던 폐교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길게는 120년 가까이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학교들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문을 닫기 시작, '애물단지'로 변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커다란 규모에 사람이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우범시설이나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애물단지'가 지역 영어교육의 중심이 되는가 하면, 드론 전문가 양성소로 변모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역사회의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 다시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9월 1일 현재 경기도내 폐교는 모두 92개교로 이 가운데 83개 학교가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임대되거나 도 교육청의 직접 활용계획에 따라 체험장과 수련장, 제2캠퍼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산지역 영어교육의 메카, 안산 화정영어마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관무산 기슭의 안산 화정초교는 10여 년간 방치돼 오다 2007년 지금의 화정 영어마을로 탈바꿈했다.
1933년 안산보통공립학교 부설 화정간이학교로 출발한 화정초교는 전형적 어촌마을에 위치, 도시화 진행의 여파로 1994년 선부동으로 이전했지만 교사(校舍)는 그대로 남아 방치돼 왔다.
10년 넘게 교사가 방치되면서 우범시설로 전락하자 안산시와 안산교육지원청이 영어마을 설립을 추진, 리모델링을 거쳐 잔디운동장과 농구장, 이국적인 건물 등을 가진 화정영어마을로 문을 열었다.
화정 영어마을은 안산대학교가 비영리로 운영한다. 이 영어마을은 평상시 다양한 체험실을 이용해 안산지역 55개 초등교 5년생을 대상으로 요리와 체육, 미술, 연극, 독서 등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방학에는 초등 3~6년생을 대상으로 2박 3일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문화와 인도 카레만들기, 몸과 빛으로 미술작품 만들기 등 체험형으로 구성돼 인기가 높다.
성인들에게도 영어 배울 기회를 제공, 영어마을 내 카페에서 소규모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그룹별로 사회이슈나 일상 회화를 할 수 있게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영어마을 소속 원어민 교사들이 관내 초·중·고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영어로 특기적성과 진로탐색 교육도 해주는데, 안산시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 밖에 안산시 어린이 영어연극발표회와 다문화캠프, 스펠링비 콘테스트, 영어 뮤지컬 공연, 안산시 영어팝송 페스티벌을 여는 등 영어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드론 조종·정비 기술인 양성소로 바뀐 이천 율면초 월포분교
경기 이천시 율면 월포리 옛 율면초교 월포분교는 드론 조종과 정비기술의 교육장으로 변모했다.
1965년 6학급 규모로 시작된 월포분교 역시 농촌마을의 학교로, 산업화에 따른 주민들의 이탈로 학생수가 감소해 1994년 폐교됐다.
이후 지역축구협회 등에 운동장을 대여해 오다 2006년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이천캠퍼스가 들어섰다.
2016년 실습장을 김포공항 캠퍼스로 옮긴 이후 이천캠퍼스는 드론 조종과 정비기술 등을 배우는 아세아무인항공교육원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전문기술을 습득해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과 취·창업을 계획하는 청소년 등이 드론 관련 기술을 배우며 새로운 인생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한해 1만 225명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평택 서탄 금각분교 '웃다리 문화촌'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 옛 서탄초교 금각분교는 지금은 평택지역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이자 평택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체험장으로 변했다.
1953년 서탄초 금각분교로 시작한 이 학교는 이듬해 금각국민학교로 승격해 40년 넘게 마을의 중심 배움터로 자리잡았지만 인구가 급감하면서 1993년 다시 금각분교로 격하됐다가 결국 2000년 문을 닫았다.
흉물로 변하자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인 주민들이 각계 각층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웃다리 문화촌'으로 탄생했다.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평택시가 2005년 교사를 빌려 평택문화원과 문화예술체험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금은 평택지역 문예인들이 찾아와 솟대·장승만들기, 클레이 아트, 도자공예, 전통체험 등 50여 가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학교와 여행사, 어린이집, 지역단체 등이 너나할것 없이 찾아 전통체험을 즐기고 돌아가는 등 2019년 한 해에만 1만 225명이 찾는, 그야말로 평택지역 핫 플레이스가 됐다.
경기도교육청 미래학교의 터전…'신나는 학교', 제2캠퍼스
지난 2월 폐교된 안성시 보개면 보개초교에는 내년 3월 미래학교 중 하나인 '신나는 학교'가 들어선다.
신나는 학교는 무학년·무담임·무성적을 표방하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대표적 브랜드로, 기존 학교와 달리 학생 주도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기숙형 중·고통합 대안학교다.
대안학교인만큼 교육부가 제시하는 기본교과과정(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이수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학사일정과 운영방식 등은 제도권 교육으로부터 자유롭다. 학생들의 욕구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 지금은 미래학교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교추진단을 꾸리는 중이다.
개교추진단은 학교 이름을 짓고, 학사일정과 운영방식, 예산편성과 교육전반을 기획한다.
이천시 부발초교 백록분교에는 경기도교육청 제2캠퍼스 설립이 진행중이다.
제2캠퍼스는 이 교육감이 미래학교 중 하나로 거론해 온 '미네르바 스쿨(Minerva University)'의 축소형으로, 학생들이 일정 기간 드론 날리기나 농장체험 등 원하는 체험활동을 진행하며 국·영·수 등을 온라인 정규 교과목으로 배우는 학교다.
현재 이천교육지원청 내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져 기숙사와 급식실 등 캠퍼스 조성을 진행중이다.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 없는 대학교'로 모든 수업은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진행하며, 4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영국 런던,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7개 도시를돌며 함께 생활하는 대학교다.
경기도교육청, "폐교 매각없다"...92곳 중 83곳 활용
경기도교육청이 관리하는 92개의 폐교 중 83개교가 활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61곳은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대여해 안산화정영어마을, 이천 무인항공교육원, 웃다리문화촌과 같이 교육이나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17곳은 도 교육청이 자체활용중이고 5곳은 자체활용을 검토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폐교가 '애물단지'에서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중심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폐교부지는 매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내 6개 폐교부지에 대해서는 아직 활용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면서 "각 폐교별로 테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다각적인 활용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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