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버젓이 흡연할 수 있는 여의도역 금연구역의 모순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1-09-08 15:02:46

금연구역 플래카드, 흡연구역 바로 앞에 설치돼 혼선
코로나19로 흡연구역 폐쇄→재개방 하며 '오락가락' 안내

여의도역 근처 대로변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이 곳은 금연구역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흡연 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바로 뒤편에는 '흡연구역'이라고 표시된 흡연부스가 붙어있다.

직장인 A(35) 씨는 "담배를 피워도 되는 곳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흡연구역인지 금연구역인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또 다른 직장인 B(40) 씨는 "플래카드를 보고서 여의도역 근방 전체가 금연구역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금연이라고 써있는 플래카드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밀집해 있어 이게 뭔가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는 플래카드 아래 설치된 흡연부스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해욱 기자]

같은 장소에 흡연과 금연 안내가 동시에 고지된 혼란스러운 상황이 왜 발생한 걸까.

관할구청은 지난해 1월 여의도역 일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동시에 금연단속을 실시했다. 당시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과태료 10만 원을 낸 이들이 적지 않았다.

건물 밖 대로에서 짬짬이 담배를 피던 흡연자들은 갑작스러운 금연 단속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무작정 금연구역만 늘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흡연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관할구청은 부랴부랴 기존에 2곳뿐이었던 흡연부스를 7곳으로 늘렸다. '반드시' 흡연 장소에서만 담배를 필 수 있도록 하면서, 흡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진 탓에 벌어진 결과였다.

그러다 지난 7월 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며 관할구청은 여의도역 일대의 흡연구역을 임시폐쇄 조치했다.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마스크를 내리고 흡연을 할 경우 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흡연이 가능했던 공간마저 아예 폐쇄된 것이다.

이는 역효과로 돌아왔다. 흡연자들이 폐쇄된 흡연부스 주변은 물론 금연구역과 주거지역 등까지 밀집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역 대로변에 설치된 흡연부스에서 직장인들이 밀집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해욱 기자]

담배 냄새에 고통을 느끼는 주민들의 민원과 대안 없이 금연을 강요하느냐는 흡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관할구청은 7월 중순 흡연부스 재개방을 전격 결정했다.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부스 주변 임시 펜스 설치로 흡연구역을 더 넓히고 담배꽁초 수거함도 늘렸다. 관리요원도 배치해 흡연자들이 밀집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연구역과 관련된 플래카드나 안내 문구가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서 이러한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흡연구역은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펜스가 흡연부스 주변을 테이프로 한 번 더 두른 곳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흡연구역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설치된 것인데,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이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혼란이 없도록 해당 플래카드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내문을 제대로 고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연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 실외 공공장소 금연구역 지정은 2011년 서울 광화문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점차 구역이 늘어났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공장소 금연구역이 확대 실시되고 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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