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일병 극단 선택…선임병 괴롭힘, 간부는 방치

김명일

terry@kpinews.kr | 2021-09-07 13:33:40

군인권센터 "분리 조치도 대책도없이 방치돼"
강감찬함 간부들 청해부대로…해군 "수사 중"

해군 일등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 및 집단따돌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방부 부대변인이 "드라마 'D.P.'는 예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일 뿐 요즘 군대는 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한 지 하루 만에 폭로된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해군 강감찬함 소속 정 일벙 사망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군인권센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3함대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선임들의 구타, 폭언, 집단 따돌림을 당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 "3함대 관계자들은 신상 확보나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해당 일병은 가해자와 분리 등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전입 4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아직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정모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해 지난 2월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정 일병은 전입 열흘 뒤 부친이 사고를 당해 간호를 하러 청원휴가 2주를 받았고, 복귀 후 3월 9일까지 2주간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격리됐다.

군인권센터는 선임병들이 복귀 후부터 정 일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갑판 근무 중 실수를 했다며 선임병 2명이 가슴과 머리를 밀쳐 넘어뜨리고,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묻는 정 일병에 '뒤져버리라'고 답했다. 선임병들은 면전에서 폭언을 하거나, 승조원실에 정 일병이 들어오면 우르르 나가는 등 집단 따돌림 행위도 했다.

▲ 해군 3함대 강감찬함 [뉴시스]


간부들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정 일병이 3월 16일 휴대전화로 함장에게 선임병들의 행동을 신고하고 비밀 유지를 요청했지만, 함장은 선임병과 정 일병을 분리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일병은 3월 26일에 선내에서 자해 시도를 했다. 함장은 '사과받는 자리를 갖는 게 어떻겠냐'며 정 일병과 선임병들을 마주앉게 했다.

이후 정 일병은 구토와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며 갑판에서 기절하기도 했다. 전입 직후 강감찬함 부장이 '씩씩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평가한 것에 비춰, 선임병들의 행동에 큰 고통을 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함장은 4월 6일 정 일병을 하선시켜 민간병원 위탁진료를 보냈다. 6월 8일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퇴한 휴가를 받아 귀가한 정 일병은 6월 18일 자택에서 숨졌다. 함장과 부장 등은 이후 수사나 인사조치 없이 6월 27일 청해부대로 이동했다.

군인권센터는 "정 일병의 '살려달라'는 구조 신호를 듣고도 이들은 방치했다"며 "해군은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과 부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은 "정 일병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라 밝혔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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