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학교돌봄터'사업…탁상행정 비판 비등
문영호
sonanom@kpinews.kr | 2021-08-18 15:31:04
학교 "유휴시설 태부족", 지자체 "인건비 떠안기기 안돼"
정부가 초등 1,2년생의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며 추진중인 '학교돌봄터'사업이 이미 운영중인 '초등돌봄교실'과 중복되는 등 주먹구구식이어서 '유명무실'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사업에 필요한 유휴교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 자치단체가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대표적 탁상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공동으로 '학교돌봄터' 운영이 핵심인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연내 750곳 설치 목표...현재 49개 교실 문열어
학교돌봄터 사업은 현재 초등학교에서 방과후인 오후 1~5시 운영중인 초등돌봄교실과 달리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이다. 맞벌이 학부모 등을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존 초등돌봄교실과 달리 학교는 돌봄 공간만을 제공하고 운영과 관리는 기초 지방정부가 맡되 비용은 중앙정부와 교육청, 기초 지방정부가 1대1대2의 비율로 분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750교실, 내년 750교실 등 모두 1500교실 규모의 학교돌봄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설치돼 운영에 들어간 돌봄터는 경기지역 7개교 15개 교실을 포함해 전국 19개 학교 49개 교실이 전부다. 이 수치도 정부가 3월 초였던 사업신청 기간을 3월 말로 늘린 데 따른 결과다.
이 같은 진행 상태를 감안할 경우 정부가 연말까지 계획한 750곳 돌봄터는 턱없이 못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학교 "유휴교실 태부족", 지자체 "인건비 떠안기기 안돼", 전담사 "일자리 살려 달라"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대부분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오후 5시까지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어 수요가 없는 데다, 새로운 돌봄터를 운영할 유휴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지역 1334개 초등학교에서는 3030 여 개의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 3만 1000여 명의 초등 1,2년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학교돌봄터 사업구조상 기초 지자체와 학교가 자율적으로 협력해 돌봄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학교돌봄터를 신설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전담돌봄사의 고용 승계를 지자체가 떠맡아야하는 부담도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은 언제까지 지원이 지속될 지 알 수 없어 인건비 등의 부담을 지자체에서 떠안을 수 있다.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돌봄터를 설치한 지자체들은 이런 이유로 직접 운영 대신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론화가 안 된 부분이지만 지자체에서 '학교돌봄터'를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오랜 기간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인데, 위탁을 받은 민간업체는 대부분 자체 전담사를 활용해 운영하는 바람에 기존 전담사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유휴교실이나 지자체 입장 등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만을 내세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에 나선 대표적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계·지자체 관계자 "계획 다시 짜야"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당초 계획의 6%를 조금 넘는 교실이 운용되는 데는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탁상행정 때문"이라며 "학생수가 줄어 유휴 교실이 생기는 구도심의 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학교돌봄터'를 설치하고, 차량운행 등을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철저하고 실효성 있는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 한 인사는 "'학교돌봄터' 사업이 시작된 이유는 교육과 보육의 분리를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교육청이 담당하는 초등돌봄교실도 국가사업으로 전환하고 돌봄전담사들의 고용안정 역시 국가가 보장해줘야 그나마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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