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후 숨진 아내…간호사가 마취" 남편의 통곡
김지원
kjw@kpinews.kr | 2021-07-12 15:55:40
서울 모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산모의 사연이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다. 남편이 글을 올려 갑자기 아내를 잃은 절망과 분노를 토로했다. 남편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마취를 진행했고, 의사는 의식을 못 찾는 아내를 방치했다"며 절규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와주세요. 아내가 셋째를 낳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숨진 산모의 남편이라고 밝힌 A 씨는 "사랑하는 아내를 어처구니없이 떠나보낸 저와 세 자녀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달라"고 했다.
A 씨는 2015년 결혼했다. 두 딸을 낳고 살던 이들 부부에게 지난해 7월 셋째 아이가 찾아왔다. 첫째 아이 임신 때부터 다녔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기로 했다.
A 씨는 "출산예정일은 올해 4월26일 오전 7시이었고, 수술 전날인 25일 오후 8시30분 첫째와 둘째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네 가족 모두 동반 입원을 했다"면서 "그날이 아내와 함께 한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했다.
수술 당일 그의 아내는 수술 전 검사를 진행하던 중 카톡으로 "무섭다"고 계속 연락해왔다. A 씨는 "벌써 (출산) 세 번째인데 왜 이렇게 걱정하냐.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말자"라고 답했다.
A 씨 아내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오전 6시 50분쯤 막내아들이 태어났다. A 씨는 두 딸과 함께 기뻐했고, 막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이후 오전 7시 5분쯤 아이들 유치원 등원을 위해 다시 입원실로 올라갔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 8시 10분쯤 갑자기 담당 의사가 찾아왔다. 의사는 "산모가 마취에서 못 깨어나고 있다.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A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에게 작은 문제가 생겼겠거니, 심각한 건 아니겠거니 생각했고 아이들과 함께 수술실 앞으로 내려갔다"라고 했다. 이어 "저희가 내려갔을 때는 이미 119 직원들이 와 있었다. 아내는 못 깨어난 채로 들것에 실려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내를 따라 오전 8시 46분쯤 119차량에 탑승했고, 오전 9시쯤 대학병원에 도착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가 다시 수술실로 향했을 때 아내는 이미 119구급대에 의해 들것에 실려 이송되는 중이었다. 인근 대학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차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 끝에 호흡이 돌아오자 의료진은 응급 CT를 촬영한 뒤 중환자실로 옮겼다.
A 씨는 "(이후) CT 촬영 소견을 의료진에 듣던 중 아내는 2차 심정지가 왔고 다시 심폐소생술이 실시됐다"라고 했다. 담당 의사는 부종과 복부 쪽 출혈이 심한 상태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너무 어이없고 믿기 어려운 일이 저희 가족에게 닥쳐왔다. 진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어 아이들에게 엄마를 보여주기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누워 있는 아내 옆에 두 딸을 서게 하고 '엄마에게 인사해 줘, 엄마 하늘나라 가신대'라고 얘기했다"라면서 "영문도 모르던 아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에게 인사했다"라고 적었다.
A 씨의 아내는 이틀을 더 버티다 4월28일 셋째 얼굴 한 번 못 본 채 숨졌다.
A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아내였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엄마였고, 제게는 사랑하는 아내이자 동갑내기 동창 친구이자, 또 한편으로는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평강공주 같은 여자였다"라면서 "매일 밤 엄마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 앞에서 저는 '엄마 이제 못 봐. 하늘나라로 먼저 갔어' 이 말만 반복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제가 울면 아이들이 더 울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를 담당했던 산부인과 의사는 '마취에서 왜 못 깨어난 건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 처음 본다 말만 되풀이한다. 지금까지도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라며 "전날까지 멀쩡하게 지냈던 아내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틀 버티다 사망했다. 아내를 대신해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현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수사전담팀에서 수사 중"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파악하기로는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가 마취를 진행했다고 한다. 마취 전문간호사가 마취를 진행할 땐 적어도 그 사실을 보호자와 산모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스템, 산모가 마취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방치한 의사. 모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A 씨는 "전날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아이들과 잘 지냈던 사람이 정말 한순간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겨우 이틀을 버티다가 죽었다"면서 글을 맺었다.
A 씨 아내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건 4월26일 서울 관악구 모 산부인과에서였다. 그의 아내는 예정된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뒤인 28일 끝내 숨졌다. 유족은 지난 5월 담당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사망 피해자가 발생한 의료사고는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해당 사건 담당 의료진에 대한 의료과실 여부 등을 현재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이 병원 이송 시간이 지체됐고 부검 결과 신체에서 5리터에 달하는 출혈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라면서 "최근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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