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9층서 밤새 감쪽같이 사라진 자전거 뒷바퀴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1-06-30 15:55:09

코로나19 팬데믹 속 자전거 이용 인구 증가
중고부품 거래 활성화, 절도 사건 끊이지 않아

50대 직장인 이 모(서울 성북구) 씨는 자전거 마니아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한강변을 달린다. 그러나 당분간 그럴 수 없게 됐다. 뒷바퀴를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아침 출근길, 이 씨는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전날 밤까지 멀쩡했던 자전거가 '반쪽'이 되어 있었다. 뒷바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밤새 누군가 아파트에 침입해 19층 복도 난간에 매여 있던 자전거 바퀴를 훔쳐간 것이다. 아파트 CCTV를 살펴봤지만 누군가가 드나드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CCTV를 피해 흔적 남기지 않고 범행한 것이다.

해당 자전거는 초보 입문자용으로 3년 전 50만 원에 구입한 거라고 한다. 이 씨는 "뒷바퀴를 도난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는데, 의외로 사례가 적잖다고 한다. 도난당한 뒷바퀴는 스프라켓(기어 변속에 필요한 톱니)을 포함해 15만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19층 복도 난간에 주차된 이 모 씨의 자전거. "전날밤까지 멀쩡했는데 지난 18일 아침 뒷바퀴가 사라져버렸다"고 이 씨는 말했다. 

카페에서 1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휴대폰 등을 두고 나가도 없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 자전거는 다르다. 절도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정점을 찍었던 자전거 절도 건수는 2016년부터 경기 침체, 공유자전거 확산, 미세먼지 등으로 자전거 시장이 위축되며 함께 줄어들다가 2019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레포츠로 부상하면서 다시 호황을 맞았고 도난 건수도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들에게 엄복동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라고 '조크'했다.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자전거 선수로, 조선의 스포츠 영웅이면서 자전거 상습 절도범이다.

업계 관계자는 쉬운 현금화, 자전거 이용 인구 증가세를 그 이유로 꼽았다. "자전거는 부품 중고거래가 활성화 되어있어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고가제품들보다 판매와 증거인멸이 쉽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자전거 이용인구가 증가하며 고가자전거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8년간 아파트, 빌라 등에서 상습적으로 자전거를 절도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었다. 총 피해금액만 1억 원이 넘었는데 그가 자전거 잠금장치를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당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로 외출 시 최대한 CCTV 주변에 주차하거나 이중잠금장치·경보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절도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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