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 딸 하교 도우미'까지 해야 하나…이마트 안전관리자의 한숨
곽미령
ayms7@kpinews.kr | 2021-06-24 15:53:54
커피 심부름으로 일과 시작해 만취 점장 대리기사까지
20대 후반 김 모 씨는 경기지역 이마트 '안전관리자'다. 그러나 김 씨에게 직업 정체성은 증발한 지 오래다. 직함만 안전관리자일 뿐 하는 일은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커피 심부름에, 술취한 점장 대리기사, 점장 딸 하교 도우미까지 공과 사가 뒤섞인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리 만무하다. "하루하루 보람이라고는 1도 없다"고 김 씨는 토로했다.
김 씨가 하는 일은 커피 타기, 대리운전, 캐셔 업무, 짐 나르기, 배달하기 등 다채롭다. 하루 한 번씩 점장의 폭언 듣기도 빠지지 않는다. 직함은 안전관리자인데 하는 일은 잡부다. 허드렛일에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휴무에도 수당 없이 일한다.
김 씨는 어제도 오늘도 커피 심부름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일상이 됐는데도 자괴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커피 심부름이 안전관리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상이 무한반복 중이다.
가장 회의감이 심했던 건 점장 자녀 하교 시킬 때였다. 이마트 안전관리자가 왜 점장 자녀 하교 도우미를 해야 하나. 분했지만 참았더니 점장의 갑질은 더 심해졌다. 부당 업무는 끝이 없다. 캐셔 업무 보는 담당이 따로 있는데 주말엔 일손이 부족하다며 김 씨를 부른다. 부탁이 아니고 명령조다. "가서 캐셔 하고 있어봐." 이 한마디가 다다.
도저히 이건 아닌 것 같아 저항도 해보고 본사에 건의도 해봤다. 달라진 건 없다. 본사는 모른 체 했고, 폭언과 갑질만 더 심해졌을 뿐이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5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세후 2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남는 게 없으니 결혼은 꿈도 못꾼다. 이직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 이마트 안전관리자 경력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이들이 대다수다. 동기 몇은 두 달도 안돼 그만뒀다. 김 씨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김 씨는 미래의 피해자들에게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이마트 안전관리자는 잡부이며, '노가다' 일이라고. 매일아침 커피 타고, 배달 가고, 캐셔 업무 보고, 무거운 짐 운반하고, 대리운전할 수 있으면 도전하라고.
이마트 이남곤 팀장은 "안전관리자가 갑질을 당하는 건 이마트 조직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이마트로부터 김 씨가 존중을 받지 못했다면 확인해서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곽미령 기자 ayms7@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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