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잉크나 먹어야지" 폭언 피해자를 '진상' 둔갑시킨 이마트
곽미령
ayms7@kpinews.kr | 2021-06-23 16:27:24
커뮤니티에 고발 글 올리자 "사과시키겠다"더니
글 내려주자 되레 "진상짓에 갑질했다"며 역공세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지난 18일 저녁 이마트 서울 구로점에서 와인을 사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행색이 초라해서였을까.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와인매장을 둘러보던 중 이상한 얘기가 들렸다. "저런 사람은 잉크나 먹어야지."
고개를 돌려보니 이마트 직원이 자신을 향해 말하는 게 아닌가.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이가, 그것도 대기업 직원이 고객에게 할 소리인가.
박 씨는 바로 해당 직원인 한 모 씨에게 "왜 나한테 그런 소릴 한거냐"고 물었다.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받고 집으로 돌아온 박 씨는 억울한 마음을 삭일 수 없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마트 직원에게 '너 같은 사람은 잉크나 먹어야 된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글을 올렸다.
바로 반박글이 올라왔다. 한 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글쓴이는 "박 씨가 이마트를 상대로 이유없이 진상짓과 갑질을 했다"고 역공을 폈다.
누구말이 진실일까.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씨는 "반박글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증거로 녹취파일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이마트 관계자는 박 씨에게 연락해 "해당 직원이 폭언을 한 점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고객님에게 사과 시키겠다. 그러니 제발 글을 내려달라"고 몇차례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
글을 내려줬다. 그러나 적반하장으로 한 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박 씨를 '갑질 행세 하는 진상고객'으로 낙인 찍어 다시 글을 올렸다. "사정을 하기에 글을 내렸더니 이마트가 곧바로 태세전환을 했다"고 박 씨는 말했다.
박 씨는 "애초 이마트는 폭언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한 씨가 사과하는 조건으로 글을 내렸는데 여지껏 사과는 없고 오히려 한 씨는 본인이 피해자인척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나를 이마트를 상대로 갑질하는 사람으로 둔갑시켰다. 이거야말로 이마트의 갑질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마트는 한 씨의 폭언은 저녁 9시쯤 박 씨가 아닌 다른 고객에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씨가 해당 매장을 방문한 시간은 9시 50분경이다. "CCTV를 확인해보면 9시 50분이 되어서야 한 씨와 내가 같이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박 씨는 말했다.
박 씨에게 설상가상인 것은 해당 사건이 왜곡된 채 언론에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씨는 "저는 언론사와 통화한 게 UPI뉴스가 처음"이라며 "이 사건을 다룬 타 매체 기사를 봤더니 저랑 통화를 해본 적도 없는 기자들이 제가 하지도 않았던 말들을 기사에 녹였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는 "타 매체 기사만 본 사람들은 저를 진상고객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떤 기사에서는 제가 와인을 안사려고 하니까 '잉크나 먹어야지'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박 씨는 "이마트 직원에게 응대 자체를 받은 게 없다. 응대를 받은 게 없는 제가 왜 진상이 되어야 하냐"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KPI뉴스 / 곽미령 기자 ayms7@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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