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엔지니어링, 임금체불 항의 근로자 취업방해 의혹
곽미령
ayms7@kpinews.kr | 2021-06-11 20:16:08
삼성엔지니어링 협력 사업장이면 모두 출입제한, 곧바로 해고
삼성엔지니어링 "협박한 적 없고 취업방해라는 건 사실무근"
건설 근로자 신 모(40대) 씨는 백수가 된지 오래다. 3년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취업했나 싶으면 바로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3년째 반복 중이다.
3년 전 임금체불에 항의한 게 발단이었다. 그것 말고는 달리 문제 될 일이 없었다. 밀린 임금 달라는, 당연한 권리 주장이 취업방해라는 보복으로 돌아올 줄 꿈에도 몰랐다.
신 씨는 2019년 10월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평택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했다. 임금 450만 원이 두 달 가까이 밀렸다. 항의하러 현장 사무실을 찾았다. 입구에서 보안요원 3명이 막아섰다. 승강이가 벌어졌다. 밀린 임금 달라는데 왜 막나, 그게 무슨 죄라도 되나. 보안팀장은 "최근 임금체불로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단 막았다"며 나중에 사과했다.
안전관리자는 원청사의 안전규정을 현장 노동자들이 어기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역할이다. 대부분 프리랜서 개념이라 보통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한다.
밀린 임금은 일주일 뒤 받았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백수 생활의 시작이었다. 열흘 뒤 신 씨는 삼성엔지니어링 협력사인 화성건설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출근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락'이 걸려 현장 출입을 할 수 없었다. '락'(lock)이란 '출입제한조치'를 일컫는 현장 용어다.
수소문해보니 삼성엔지니어링 소속 UT현장 안전팀장 구 모(50대) 씨가 락을 걸어놓은 거였다. 신 씨와는 함께 일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신 씨의 임금체불 항의 소식이 삼성엔지니어링 안전팀장들 사이에서 회자했고, 이를 전해 들은 다른 사업장의 안전팀장 구 씨가 신 씨에게 락을 걸어버린 것이다.
구 씨는 "안전팀장 회의에서 신 씨와 같이 일했던 이 팀장한테 임금체불 사건을 들었다. 이 팀장을 통해 들은 신 씨의 소문이 너무나 안 좋아 같이 일하기가 싫어 락을 걸었다"고 말했다.
구 씨가 락을 걸었다는 소문이 삼성엔지니어링 내부에 퍼졌지만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 신 씨로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조직적으로 취업 못하게 락을 걸어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 씨는 "왜 전혀 상관도 없는 타 현장의 팀장이 락을 걸었나. 삼성엔지니어링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취업방해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 씨는 구 씨를 찾아가 락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구 씨는 "알겠어요. 전화 한통 할게요 ㅇㅇ소장님? 내가 신 씨에게 실수로 락을 걸었는데, 지금 풀었어요. 이사람을 쓸지말지는 소장님 권한이니까 잘 생각해서 채용하던지 말던지 하세요." 락을 풀었다고는 하지만 채용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느낄 법한 화법이 아닌가.
고의성 짙은 우연은 반복됐다. 일터를 옮길 때마다 락이 걸려 있었다. 심지어 지난 2월 어렵게 동부건설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는데 출근 첫날 다시 해고통보를 받았다. 거기서도 락이 걸려 있었다. 동부건설도 삼성엔지니어링 협력사였던 거다.
이후에도 신 씨는 계약직으로 몇 차례 취업했지만 출근 당일부터 출근 통로가 막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에 락이 걸려있는 한 취업은 꿈도 못 꿀 일이었음을 뒤늦게 절감했다. 신 씨는 "체불된 임금 달라는게 무슨 잘못인가. 이후 가는 곳마다 취업방해를 받고 있다. 이게 보복이 아니면 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 씨는 "그동안 생계유지는 삼성엔지니어링 협력사가 아닌 곳을 찾아다녔지만 사업장이 달라도 업계는 좁았고, 임금체불 사건 소문들이 와전되어 일하는 현장까지 퍼져 오래 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지난 2월 삼성엔지니어링 감사실에 제보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너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식의 협박성 전화였다.
삼성엔지니어링 측 얘기는 다르다. 회사 측은 "취업 방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구 씨는 "신 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협박을 한 적도 없고, 취업 방해라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신 씨에게 내가 고의적 취업방해를 했다는 증거를 갖고오라고 해도 못가지고 온다. 전부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용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협력사에서 하기 때문에 신 씨가 취업을 못하고 있는건 나랑 상관이 없다"고, 구 씨는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19년 10월 임금체불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소란을 피우자 구 팀장이 안전규정 위반으로 처음 락을 걸어 출입제한을 했는데 이후 신 씨가 요청해서 해제했다. 21년 2월 동부건설에서 락이 걸렸던 이유는 보안 절차상 문제로 락이 걸려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은 이처럼 엇갈린다.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임금 체불에 항의한 뒤 신 씨가 3년째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KPI뉴스 / 곽미령 기자 ayms7@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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