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 시리즈 내놓는 이유?
김지우
kimzu@kpinews.kr | 2021-06-07 16:55:28
대형마트·스타필드 의무휴업, 스타벅스 출점 제한 등 유통악법에 '조용한 외침'
전문가 "CEO 적극적 SNS 활동, 오너리스크 커질 수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담은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 중인 각종 유통악법에 대한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우럭 요리 사진과 함께 "잘 가라 우럭아. 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26일에는 가재 사진을 올리며 "가재야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글을 풍자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2017년 3월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너희들의 혼이 천만(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방명록을 남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정 부회장은 "#남의살 아 잘가라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며 소고기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12월 세월호 분향소에서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적은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정 부회장은 "#남의살 아 진짜 맛나게 먹었다 고맙다"로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정치적인 비하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도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을 두고 억측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해당 표현을 영어로 대체해 "sorry and thank you"라는 게시물을 여럿 업로드했다. 이마저도 논란이 일자, 지난 5일엔 "오늘도 보내는 그들ㅠㅠ 뭐라 딱히 할말이 없네 OOOO. OOO"라고 달았다.
유통법 개정안, 스타벅스 제한법 등 발목 우려…"풍자할 만하다"
한편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 정부의 유통업계 관련 행태에 대해 풍자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에 따라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 휴무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여당은 일명 스타벅스 제한법으로 불리는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지역상권법) 수정안과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역상권법은 스타벅스 등 대기업 직영점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지역상생구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해당 구역 내 일정 비율 이상의 소상공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사실상 스타벅스 출점 제한법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또한 최근 산자위에서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 관련된 유통법 개정안 재추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법 개정안은 소상공인을 위해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영업일이나 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7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법안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계류된 상태다. 학계에서는 해당 법안의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소비자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유통법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에도 중소상인들이 70%가량 입점해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현재 놀이나 레저 부문이 커져 일종의 휴식공간이나 체험형 매장 등을 강화하는 추세이고, 쇼핑 부문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복합몰이 의무휴업을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 전통시장을 위한 인프라 개선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 부회장이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본래의 표현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악법에 대한 호소를 정치적 풍자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6만 명이 넘는다. 게시물당 최소 1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고 있다. 한 대기업의 부회장이 웬만한 인플루언서보다 큰 파급력을 지닌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현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로 연결해 과잉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CEO가 드물다보니 정 부회장에게 더욱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오너리스크가 커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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