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격적 투자" 압박에 삼성 '20조 美투자' 가속화하나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1-04-13 13:20:00

현지시간 12일 미국 백악관 반도체 긴급 대책 회의
인텔·TSMC 등 19개사 CEO 참석…韓선 삼성 '유일'
美 청구서에 어떤 대답 내놓을까…고심하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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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12일(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 주제는 예견된 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적인 투자" 압박으로 드러났다.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는 19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회의에 직접 참석,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으로부터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 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도 그렇게(반도체 공급 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회의와 관련 "어떤 결정이나 발표를 예상하는 회의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반도체 웨이퍼까지 들어 보이며 '투자'를 수차례 강조한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강한 어조는 이 자리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에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의에는 반도체·자동차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전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정보기술(IT) 강자 HP·인텔·마이크론,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 내외 기업들이 대거 초청 대상에 올랐다.

미국 정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설리번 안보보좌관 외에도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이 합석했다. 이날 회의의 화두가 미국 투자 증대 요청에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라인 내부. [삼성전자 제공]

조만간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계획 확정 예상

이달 초 바이든 행정부는 총 2조2500억 달러(한화 약 254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500억 달러(약 56조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바이든 정부 출범 때부터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많다. 미국 정부의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으로 대공황 당시인 1933년 미국산 제품의 선(先)구매를 규정했던 BAA법(Buy American Act)에서 유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Buy American'과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 정책에 있어 미국의 제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바이든 표 '보호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 뒤 미국 일자리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의원과의 간담회도 개최했다. 그는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미국의 연구·개발이 다시 훌륭한 엔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모습. [SK배터리아메리카 제공]

인텔 낸드사업 인수한 SK에도 투자확대 요구 가능성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 칩 단기 수급 불안에 대한 개선책과 함께 장기의 안정적 공급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美)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월 행정명령에 따라 그동안 수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반도체 칩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100일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증설을 검토 중인 텍사스 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에 대한 투자 확정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미 비메모리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입하는 한국 평택 2기 반도체 공장과 중국 시안 2라인 반도체 투자가 집행된 상태에서 미국에도 투자하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에 관한 생산 물량과 투자 규모를 안배할 것"이라며 "중국 시안 2공장이 올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두 나라 갈등 사이에서 신중을 기해 미국 청구서에 응답할 듯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회의에 초청되지는 않았지만, 인텔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한 SK하이닉스에도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양사간 적극적인 중재로 2년 만에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을 해결한 바이든 대통령은 SK이노베이션 조지아 1·2공장 건설 및 일자리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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