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야쿠르트' 꼬리표 뗀다…유통업계 사명 변경 붐, 왜?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4-06 16:30:58

한국야쿠르트, 'hy'로 변신…'일본 기업' 이미지 탈피로 분석
할리스커피는 '커피' 삭제해 사업 확장…맘스터치는 '몸값올리기' 목적
"사명 변경시 걸맞는 성과 못내면 안 바꾸는 것만 못하다" 지적도

유통 업계에 사명(社名)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이미지 쇄신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정적이거나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첫 행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사명 변경에 상응하는 신규 사업 등을 소비자에게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더 큰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 hy CI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 해마로푸드, 할리스 커피, MP한강,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최근 사명을 바꿨다. 

한국야쿠르트는 창립 50여 년 만에 사명을 'hy'로 변경했다. 그동안 사용했던 CI도 전격 교체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물류·채널·플랫폼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일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일본 야쿠르트 혼샤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된 기업이다. 당시 유산균 발효 기술 등도 전수 받았다.

일본 측이 설립 당시 30% 가량의 지분 가져갔고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 주주였다. 2012년에 최대 주주는 40.83%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로 변경됐다. 여전히 혼샤도 지분 38.2%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또 일본 혼샤의 홈페이지 등에는 한국야쿠르트가 해외사업부에 포함돼 있고 한국야쿠르트에는 일본 국적의 사내 이사들도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에 한국야쿠르트를 불매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식 브랜드명인 '야쿠르트'를 뗀 것은 독자적인 운영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hy관계자는 "일본 기업과의 관련성은 사명 변경에 있어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자주적으로 사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엔터'·'커피' 떼면서 사업 범위 확장 나서는 기업들…효과는?

사명 변경은 사업 확장이나 인수합병(M&A) 등 회사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사업 확장을 하는 경우에는 사업 범위를 한정하는 단어들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사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명을 '하이브(HYBE)'로 변경했다. 창립 16년 만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엔터테인먼트'는 붙이지 않았다.

NHN엔터테인먼트도 2019년 '엔터테인먼트'를 떼어내고 NHN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 게임사업을 넘어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할리스 BI

할리스 커피는 '커피' 꼬리표를 떼고 '할리스'라는 이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 스타벅스커피 역시 20년간 사용하던 사명에서 커피를 없앴다. 던킨도넛 역시 같은 해 '도넛'을 떼고 사명을 간결화했다.

기업이 인수합병된 경우에는 통일된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명을 바꾸거나 브랜드명을 더욱 부각한다.

복지서비스 업체인 이지웰은 최근 회사명을 '현대이지웰'로 바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월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이지웰 지분 28.26%를 1250억 원에 인수했다.

이지웰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에 편입하면서 다른 그룹 계열사 간 협력을 하기 위한 이름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코스메틱 전문기업 MP한강은 최대 주주가 자안바이오 주식회사로 변경됨에 따라 사명도 '자안코스메틱 주식회사'로 바꿨다. 자회사로서 통일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처인 것이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는 최근 사명을 '주식회사 맘스터치앤컴퍼니'로 변경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기업가치 올리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가치를 높여 인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되판다. 즉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명을 통해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결국 기업의 몸값높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건설·건자재 종합기업 아이에스동서(IS동서)의 요업(타일, 비데, 욕실 리모델링) 사업부에서 2020년 9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가 인수한 이누스(대표 홍승렬)도 최근 기업 브랜드명을 '더이누스(THE INUS)'로 변경했다. 

더이누스 홍승렬 대표는 "욕실 제품, 리모델링 기술로 기존 B2B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B2C 영역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사업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최근 영문명으로 사명을 바꾼 기업들도 있다. 대림건설은 DL건설로 사명을 변경했고 쌍용양회는 59년 만에 사명을 '쌍용C&E'로 바꿨다. 

내·외부적 요인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비용을 수반한 시도다. 변경된 사명을 알리고 안착시키기 위한 홍보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한 번에 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명 변경은 한 마디로 '리브랜딩'인데 신규 사업 혹은 해외 진출 등을 기존 이름이 담을 수 없는 그릇이라고 판단되면 새로운 전략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것"이라면서 "이름은 기업의 존재 의의를 가리키기 때문에 제2의 창업을 하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기득권과 브랜드 이미지를 포기하고 새 이름을 바꾼 이후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타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가져다주고 바꾸기 이전보다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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