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왕' 농심 신춘호 영결식으로 화해 물꼬…농심·롯데, 58년 앙금 풀까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3-30 16:06:56

신춘호 빈소에 범롯데가 조문 행렬…신동빈·신동주 조화
신춘호 유족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는 "가족 간 우애해라"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영면에 들며 농심과 롯데그룹 간의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롯데그룹 핵심 임원들이 잇달아 신 회장의 빈소를 방문했고 신춘호 회장은 유족에게 "가족 간에 우애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사촌지간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선대에서부터 반세기 동안 이어진 두 가문의 갈등을 봉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엄수된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에서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유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30일 농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신 회장은 지난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고인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농심의 철학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믿음이 바탕이며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지 않는 것"이라며 "아버님이 가지셨던 철학을 늘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신동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인 차녀 신윤경 씨,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참석했다.

농심에 따르면 신춘호 회장은 유족에게는 "가족 간에 우애하라", 임직원에게는 "거짓 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의 농심을 키워라"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님은 최근까지도 신제품 출시 등 주요 경영사안을 꼼꼼히 챙기실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이 크셨다"면서 "마지막까지 회사의 미래에 대한 당부를 남기셨다"고 말했다.

신춘호 회장은 1958년 대학 졸업 후 형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을 도와 제과 사업을 시작했다. 1963년부터는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고 1965년에 롯데공업을 창업했다. 이후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신격호 회장이 라면 사업을 반대하자 갈등을 겪은 끝에 독립한 것이다.

이후 두 형제는 반세기 동안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신춘호 회장은 생전 선친 제사에 불참했고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했을 때에도 형의 빈소를 방문하지 않았다. 당시 아들인 신동원·동윤 부회장만 빈소를 지켰다.

하지만 신춘호 회장의 빈소엔 범롯데가 조문이 이어졌다. 조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동주 SDJ코러페이션 회장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어 조화로 고인을 추도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조화는 빈소 내부에 놓였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27~28일 빈소를 찾았다. 신춘호 회장은 생전 형인 신격호 회장과 갈등을 빚었지만 동생인 신준호 회장과는 각별했다. 농심은 푸르밀과 협업해 인디안밥·바나나킥·초코 바나나킥 우유 등을 출시했다. 

27일에는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여동생인 신정숙 여사도 빈소를 방문했다.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은 28일과 29일 이틀간 빈소를 찾았다.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 BU장 등 롯데그룹 임원과 함께 고인을 애도했다.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이날 자필로 쓴 편지를 보냈다. 신 사장은 "형님 좋은 세상에 가서 편안히 살아달라"고 적었다.

신격호·신춘호 두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롯데그룹과 농심 모두 2세 경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선대가 풀지 못한 앙금을 후대에서 푸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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