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소통 경영 역풍…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
김혜란
khr@kpinews.kr | 2021-03-29 14:40:50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 번진 '성과급 불만'이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성과급 개선 약속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위해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현재까지 모인 인원만 2000명이 넘었다.
'사무직 노조 추진'은 생산직과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노사 교섭에서 생산직의 입김이 세다 보니 사무직의 복리후생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했고 성과급 150%, 코로나19 격려금 120만 원 지급에 합의했다. 전년도의 기본급 4만 원 인상, 성과급 150% 및 300만 원 지급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생산직이 다수인 노조가 '시니어 촉탁직 도입'을 확대하면서 임금이 동결됐다는 게 사무직 측의 주장이다. 평균 연령이 50세에 달하는 생산직은 당장 임금 인상보다 정년 연장 효과가 있는 시니어 촉탁직 도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의선 회장이 주도한 '타운홀 미팅'도 사무직 노조 추진에 영향을 줬다. 정 회장은 성과급에 대한 변화를 약속한다면서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이제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만큼 각사 CEO들이 각사의 현실에 맞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한 익명의 누리꾼은 "각사가 알아서 할 거면 그룹사가 왜 있고 회장이 왜 있느냐"며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룹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를 통해서 사무직 노조 추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이들은 "현대차는 품질비용을 이유로 과도한 규모의 충당금 설정을 통해 영업이익을 고의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급여 부분에 직결되는 만큼, 인건비 절감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의 경우 주니어급 직원인 사원이나 대리급을 호봉제로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계약서도 공유해 주지 않고, 월급도 기본급과 정기상여금으로 쪼개 시점을 달리 지급하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정직하게 하나의 기본급으로만 지급하는 것으로 개선하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내 대표적인 사무직 노조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있다. 이날 현대차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규모는 2만4000여 명으로, 현대차에서 사무직 노조 결성이 가시화할 경우 그 파급력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4년 제정된 현대차의 이른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사무직 노조가 만들어지더라라도 일부는 가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비롯해 연구직은 선임연구원이 이에 해당된다. 과·차·부장급이 책임매니저·책임연구원 등으로 직책이 통합된 이후에는 책임급 이상의 노조가입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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