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 내린다더니 중저가 아파트 되레 올라…'발품비'까지 낼판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2-18 15:05:08

권익위, 국토부에 '중개 수수료 인하 방안' 담은 권고안 제시
9억 미만 매매거래 복비는 되레 상승…"전세는 대폭 낮아져"
중개사 '발품비'에 소비자 반발…전문가도 "권고에 그칠 것"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안을 놓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복비'까지 오르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중개 보수 요율체계를 개선해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사실상 '인하 효과'가 없고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복비가 오른 것으로 나타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소위 '발품비(소개비)'를 중개사에게 지불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중개사의 노동력에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집구경하는데 돈을 내야 한다면, 옷 가게에서 옷 입어보는 것도 돈 내라고 하겠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정병혁 기자]

18일 권익위와 공인중개사협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수수료 개편 권고를 받고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오는 4~5월까지는 조사를 끝내고, 최종 개선안을 오는 6~7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중개 수수료 너무 높다" 불만에 개선안 제시

개선안의 핵심은 '중개 수수료 인하'다. 수수료 논란은 집값 상승 시기마다 반복됐지만, 최근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면서 시장 불만이 최고조인 상태다. 특히 서울은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억 원을 넘어섰다. 현행 중개 수수료는 매매가가 9억 원이 넘어갈 경우 요율(0.9% 이내 협의)이 훌쩍 높아지는 구조다. 강남의 경우 집 한 채 거래에도 수수료만 1000만 원이 넘을 수 있다.

이에 권익위는 거래금액 표준구간과 요율을 세분화했다. 총 4개의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1안과 2안 적용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현행 중개 수수료 체계는 서울에서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5000만~2억 원 0.5%(한도 80만 원) △2억~6억 원 0.4% △6억~9억 원 0.5% △9억 원 이상 0.9% 이내가 적용된다.

1안은 거래금액 표준구간을 7단계로 늘렸다. △6억 원 이하 0.5% △6억 초과~9억 이하 0.6% △9억 초과~12억 이하 0.7% △12억 초과~18억 이하 0.4% △18억 초과~24억 이하 0.3% △24억 초과~30억 이하 0.2% △30억 초과 0.1%다. 단 누진차액에 따라 12억 원 이하 주택은 공제(-60만~-150만 원)하고, 12억 원 초과부터는 가산(+210만~+930만 원)한다.

10억 아파트 중개 수수료, 최대 900만 원→550만 원

가령 10억 원짜리 주택은 거래 수수료가 기존 최대(0.9% 이내 협의) 900만 원에서 550만 원((10억×0.7%)-150만 원)이 되는 식이다. 15억 원 주택의 경우 기존 최대(0.9% 이내 협의) 1350만 원에서 810만 원((15억×0.4%)+210만 원)으로 줄어든다. 8억 원 주택이라면 기존 400만 원(8억×0.5%)에서 420만 원((8억×0.6%)-60만 원)으로 20만 원가량 오른다.

2안도 비슷하지만, 매매는 12억 원 초과, 임대는 9억 원 초과 구간에서 차이를 뒀다. 거래금액 구간표준은 △6억 이하 중개요율 0.5% △6억 초과~9억 이하 0.6%(-60만 원 공제) △9억 초과~12억 이하 0.7%(-150만 원)이다.

12억 원 초과는 거래구간 상한액(690만 원)을 우선 적용하고, 초과분에 대해 중개료율 0.3~0.9% 내에서 협의한다. 주택가격이 15억 원이라면 기본 중개보수 비용 690만 원에 3억 원 초과분(90만~270만 원)을 더하는 식이다. 이 경우 총 비용은 780만~960만 원 수준이 된다.

▲ 권익위가 권고한 2안 [권익위 제공] 

9억 미만 아파트 매매수수료는 되레 상승

두 권고안은 집값이 높을수록 복비가 떨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9억 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중개료율을 0.1%포인트 올렸기 때문에 매매 복비는 되레 상승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5억9000만 원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중개보수는 기존 236만 원에서 295만 원으로 59만 원(25.0%) 오른다. 8억9000만 원 아파트 중개보수도 445만 원에서 474만 원으로 29만 원(6.5%)을 더 내야 한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중 9억 미만의 거래량은 81만3840건으로 전국 거래량의 95.2%를 차지했다. 9억 원 미만의 중개 보수액을 높이는 개선안은 소비자의 부담만 더 증가시킨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그러자 권익위 관계자는 "2억 원에서 9억 원 미만 매매의 경우 1, 2안으로 하면 중개 보수가 오르지만, 상승 금액은 크지 않다"며 "매매보다 임대차 거래가 훨씬 많다. 임대차 중개 보수료는 모든 구간에서 낮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부담이 대폭 완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20억 원 아파트 거래는 지금도 중개요율의 절반 수준인 0.4~0.5%로 받고 있는데, 의미 없이 권고안을 만들어서 중개사만 욕 먹게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만 영향이 있을 뿐 중저가 아파트 수수료는 별 차이 없고, 계산법만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 '발품비' 논란…"구경만 하는데 돈내나" VS "실비보상 차원"

여기에 논란을 더 키운 건 '발품비'다. 권익위는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매물을 보고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중개사에 '수고비' 명목으로 중개·알선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개사의 노동력을 인정하고, 고가주택을 쇼핑하듯 보러 다니는 행위 등을 방지해 실수요자 위주로 중개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중개 수수료에 수고비가 다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 "이제는 마트 시식코너에서 집어 먹는 양만큼 돈을 내야 하겠다", "백화점에서 옷 구경하고 입어본 뒤 수고비를 줘야 하나" 등의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중개사들이 쓰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세무사나 변호사 상담도 최소 몇 십만 원은 내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

반발이 커지자 권익위는 지금처럼 중개사와 '구두'로 약속하고 집을 본 경우가 아니라 사전에 중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만 시급(8720원) 수준의 실비보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권익위 제안은 권고의 성격이지 강제성은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 서비스 질 상향 필요…발품비는 시기상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복비 개편은 중개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과 지방별로 상황이 다르고 서울 내에서도 강남, 강북, 강서 등 지역별 입장이 다르다"며 "권고안은 고급주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보수 요율 체계 기준을 좀 더 세밀하다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품비 부여가 현실적으로 이뤄지려면 소비자의 구체적인 요구가 담긴 중계의뢰 계약서가 사전에 작성돼야 한다"며 "원치 않는 집을 보여주고 발품비를 달라고 하면 어떤 소비자가 수긍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행법 체계상 소비자에게 중계의뢰 계약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데, 이 부분이 조율되지 않으면 중개현장에선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그냥 권고에 그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단 집값이 너무 올라간 게 논란의 발단이고, 문제는 고객들이 중개서비스에 만족을 못 하니 돈 아깝다는 것"이라면서 "세무, 법무 등을 포함해 중개서비스가 체계화, 전문화돼야 한다. 중개 요율도 0.4%, 0.5%로 단순화해야지 협의로 못 박으면 목소리 큰 사람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품비는 서비스 페이 차원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보지만, 정성적 평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만큼 분쟁도 커질 것"이라며 "나름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시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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