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카' 협력 '說'만 난무하다…"협의 진행 중단"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1-02-08 16:56:54
비밀주의 지켜온 애플, '양사 계약 기정사실' 관측에 부담 느낀 듯
현대 내부 "우리가 하청기업인가" 반발…전기차 협력 가능성 남아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협력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현대차· 기아가 8일 공식적으로 '협의 중단'을 공시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양자 논의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협상이 중단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는 이날 우리 증시에서 6.21%, 기아는 이날 14.98% 하락했다. 애플카 관련주인 현대 모비스도 8.65% 급락했다.
현대차그룹은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앞서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한 터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어서 협상 무산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와 애플이 손잡는 방안은 지난달 8일 처음 알려졌다. 현대차가 8일, 기아는 20일 각각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하면서 애플과 '애플카' 협력 논의는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차가 당시 공시에서 "관련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은 재공시 시점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에 협상이 끝나기 전에는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라고 보고 있다.
정보 흘린 애플…현대차엔 '비밀 준수' 엄포
지난달 현대차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비밀 준수를 중시하는 애플은 현대차에 애플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차·기아의 재공시는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논의가 결렬 수순이라는 해석과 애플이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설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동시에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앞서 상당히 구체적인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州) 공장에서 '애플카'를 조립한다는 계획과 관련해 잠재적 파트너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4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미국 조지아주의 기아 조립공장에서 애플 브랜드를 단 자율주행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첫 번째 전기차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탑재될 것이란 구체적인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애플이 개발을 주도하는 신형 전기차에 현대모비스 기술이 사용되고, 조립을 기아의 미국 생산시설이 맡는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애플 하청업체냐"…발끈한 현대차가 자율주행 독자개발로 가닥
양사 협상 테이블 분위기가 이같이 흘러가자 이번에는 현대차 측이 제동을 걸었을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존재한다.
실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자체 전기차 브랜드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기아가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전기차 주도권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 나왔다.
특히 현대차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기아가 애플카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영진 사이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가 애플의 하청 업체처럼 보이는 수탁 생산에 내부적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자율주행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있어 애플과 협업하기보다 독자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 플랫폼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논의 방향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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