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월세전환율 2.5% 효과는?…"착한 월세" vs "실효성 의문"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8-19 15:57:28

전월세 전환율 4%→2.5% 하향 조정…월세 수십만 원 ↓
'권고사항'에 불과…기존 월세가격 낮아질 가능성도 없어
"신규계약 적용안돼 4년 뒤 재계약 때 폭등 가능성 우려"

정부가 현재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낮춘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나온 "월세는 나쁜 게 아니다"라는 발언이 논란이었는데, 임차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이른바 '착한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다소 줄어들고,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일정 부분 진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탓에 막상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신규 임대차 계약의 경우 임대료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시내 아파트.[정병혁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차인의 전세대출금리, 임대인의 투자상품 수익률 및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양측의 기회비용을 모두 고려해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전월세 전환율을 낮출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4억 전세, 월세 전환 시 기존보다 월 38만 원 ↓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기준이 되는 법정 비율이다. 기준금리(0.5%)에 3.5%포인트를 더해 정해진다. 현행 4%의 전월세 전환율은 2016년 11월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2.5~3% 수준이라 '기준금리+3.5%'로 결정됐는데, 지금은 기준금리가 0.5%이기 때문에 3.5%는 과하다는 것이다.

현행대로 전세 4억 원 주택을 보증금 1억 원으로 낮추고 월세로 전환할 경우, 한 달 월세는 100만 원이다. 4억 원에서 월세보증금 1억 원을 뺀 금액에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연간월세액(1200만 원)이 나온다. 이를 12개월분으로 나누면 월세가 된다. 정부 방침대로 이율을 2.5%로 낮춰 적용 시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시장서 통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4% 이상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 나오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개인의 신용도와 소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초반에서 3%를 살짝 넘는 수준이다. 4억 원을 전세자금대출(2.5%)로 조달할 경우 한 달 대출이자는 83만 원 정도다. 4억 원짜리 주택을 전세로 들어가든, 월세로 전환하든 이율에 따라 주거부담 비용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는 셈이다.

잠실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월세나 반전세 전환 시 1억 당 30만~35만 원으로 계산해왔다"며 "잠실 리센츠의 경우 보증금 6억에 월세 150만 원, 3억에 23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현행 4% 수준이거나 조금 더 높게 형성돼 왔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밀집 상가의 모습. [정병혁 기자]

전환율 적용 강제성 없어…기존 월세계약은 조정 안 돼

다만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강제성이 없다.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4%에서 2.5%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법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다. 서울의 경우 평균보다 낮은 5.0%였지만, 지역별로 현행 법정 기준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 전환율이 부당하게 책정됐을 때 세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가져가거나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전세에서 월세 전환 시 전환율 상한선을 지키지 않으면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기존 임대차계약을 전환할 때는 법정 비율이 적용되지만, 새 임차인과 계약할 땐 집주인이 임의대로 전·월세 전환율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월세가 낮아질 가능성도 낮다. 가령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 주택은 단순히 전월세 전환율을 따졌을 때 6.5%다. 법정 상한선인 4%를 훌쩍 넘지만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만 적용되는 만큼, 전세금을 비교해 조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월세 전환 속도는 둔화 기대…물량 감소 우려"

전문가들은 현재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봤지만, 향후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혜택을 보는 임차인이 있긴 하겠지만, 신규로 계약을 할 때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인 안정화를 위해 미래의 폭등을 방치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지금보다 하방으로 가면, 상한을 정해놓은 게 오히려 가이드라인이 되면서 반대 방향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 3법의 통과 이후 수익률 보전차원에서 진행되던 임대인의 보증부 월세 전환 속도를 단기적으로 다소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월세 상한제에 이어 월세 이율 상한까지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면서 민간임대사업 축소와 물량 감소를 부채질 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 워낙 기준금리가 낮아서 전월세 전환율을 낮춰도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임차인 입장에서 좋을 수 있으나 4년 후 보증금 기준금액 자체를 올려버리면 임차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