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유리천장 깨고 승승장구…'전사' 해리스의 깃발, 어디까지?
공완섭
wanseob.kong@gmail.com | 2020-08-14 09:08:18
트럼프 네가티브 선거전 맞설 '방패'
흑인 시위 입장 바꿔 진정성 의구심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연방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 그가 미 대선 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다가오고 있다. 카멀라가 조 바이든과 손잡고 정권교체를 이룩,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으로 기록될까. 아니면 제럴린 페라로, 세라 페일린에 이어 세 번째 도전으로만 끝날 것인가.
페라로, 페일린 모두 백인 여성이었고, 그때마다 정계에 돌풍을 몰고 왔음에도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때문에 자메이카 출신 흑인 아버지와 인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후손인 해리스가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미국인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후보가 소개한대로 해리스 의원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적인 이민자의 표본이다. 아시아계로는 처음, 흑인 여성으로선 두 번째 연방상원의원인 그는 캘리포니아주 최초 흑인 여성 법무장관, 샌프란시스코 검찰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편에서 일해왔고, 마약, 총기거래를 일삼는 전국 갱조직을 기소하기도 했다. 또 기후협약 등을 옹호해왔으며 250억 달러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내 수많은 캘리포니아주 주택 소유자들의 파산을 막는 데 기여한 여성 정치인이다. 바이든 말대로 그는 '두려움 모르는 전사'로 불려왔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 이슈가 선거의 핫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이든이 '흑인 여성'을러닝메이트로 지명할 것이라는 건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부통령 후보를 막판까지 끌었던 바이든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된 흑인인종차별 반대 시위 주도자들로부터 해리스를러닝메이트로 지정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의 두 번째 무기는 전투력이다. 트럼프가 워낙 마구잡이 네거티브 전략을 쓰기 때문에 이에 맞설 적임자가 검찰 출신의 해리스라고 바이든은 판단했다.
나이도 선정 기준 가운데 하나. 바이든은 77세라는 고령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알츠하이머설에 시달리고, '졸린 조'라는 조롱을 받아온 터여서 55세의 젊은 여성 해리스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인연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큰 아들 보 바이든이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으로 일할 때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던 해리스와 협력하는 걸 지켜본 바이든이 속으로 일찌감치러닝메이트로 낙점했을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의 해리스 지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회심의 일격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잃은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 실패로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계속되는 여성, 이민자 비하 발언, 인종차별 반대 시위 확산으로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상태에서 해리스의 등장이 예상대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데뷔 일성부터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지난 12일 델라웨어에서 가진 데뷔 연설에서 바이든은 코로나 실정을 종식하고 새로운 비전을 이룩해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해리스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무시당하고 차별 받아온 흑인, 아시안 소녀들은 지금부터는 당당하고 새롭게 자신을 볼 수 있다" 며 "해리스는 부통령 후보로 적임자"라고 치켜 세웠다. 해리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 경제 재오픈, 안전한 개학 등에 실패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해리스가 신의 한 수가 될지, 도전으로 끝나게 될지 판단하긴 이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신문들은 바이든이 '중도'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를 '중도 실용주의자' 워싱턴포스트는 '보수성향에 가까운' 인물로 각각 평가했다.
ABC방송 앵커 조지 스테파노풀러스도 "해리스 지명은 그가 진보적인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흑인여성을 발탁한 데 있다" 고 논평했다.
이 같은 평가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눈에 띄게 차별화할 수 있는 이념적 선명성보다 '바이든 다운' 무난한 선택을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진보 그룹은 해리스가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낸 윌리엄 브라운과의 개인적 친분, 정치적 후원에 힘입어 일찌감치 고위직에 발탁되었으며 그의 후광으로 승승장구하며 일찍부터 정치적 야심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또 해리스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확산되자 "흑인들이 더이상 경찰에 의해 희생당해선 안 된다"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옹호하고 나서 시위 주도자들에게도 지지를 받았었다. 그러나, 검사장 재직 시 경찰에 의한 흑인 과잉진압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수사, 기소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여러차례 사건에 직접 간여하길 꺼리거나 불기소 처분한 전력이 있는 친경찰 성향의 인물이었던 사실이 뉴욕타임스 보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리스 지명 소식을 듣자 마자 "포니 카멀라" "형편없는 인물(Nasty)"이라고 혹평한 것도 그런 태도 변화를 빗대서 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카드가 바이든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이자 흑인, 아직은 정치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카멀라 해리스. 하지만 그가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된다면 그건 해리스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흑인과 소수계, 여성들의 정치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K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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