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새 1억6천 올라"…'임대차 3법' 속도 내자 전셋값은 날았다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7-28 16:51:28
'수요>공급' 2015년 전세대란 이후 수급 불균형 가장 높아
"전세 불안 한동안 지속…월세 비중 높아져 부담 커질 수도"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시장도 분주한 모습이다. 집주인들은 법 시행 전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직접 들어가 살 계획을 하고 있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늘어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59㎡)는 지난 25일 8억7000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 4월부터 6월까지는 평균 6억~7억 원대에 거래됐지만, 이달 4건의 전세계약 모두 8억 원대로 올라섰다.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반포팰리스(전용 84㎡)도 이달 16일 16억 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5월 20일 비슷한 층수의 전셋값은 13억3000만 원이었다.
서울 대부분 지역 전셋값 상승 흐름
강남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전용 84㎡)는 이달 4일 전세 보증금 9억2000만 원에 계약됐다. 지난 3월 8억5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세 보증금이 매달 1000만 원 넘게 뛴 셈이다. 다른 평형(전용 59㎡)도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6억 원대로 거래돼 왔지만, 이달 2일과 10일 7억 원대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전용 114㎡)는 지난 14일 보증금 9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달 3일 같은 층 매물이 7억4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2주 만에 1억6000만 원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인 강서구 염창동 삼성하나로(전용 59㎡)는 이달 13일 3억2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4월 2억5000만 원, 5월 2억8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 3억 원이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실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전셋값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된 듯하다"며 "기존 전세에 월세를 얹거나 전세보증금을 올리려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거래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본인 집은 자식한테 증여하고, 전세줬던 집에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도 꽤 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앞둔 임대차 3법…시행 직전 혼란 가중
정부는 임대차 3법이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한선이 제한되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고, 임대시장 과열 현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7월 국회 내에 임대차 3법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존속 중인 계약에도 적용해, 제도 시행 초반 전·월세 가격 급등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전에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전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불안해지면서 가격만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당분간 전세 품귀 현상은 계속되고, 월세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세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0.1을 기록했다. 2015년 11월 둘째 주(183.7) 이래 최고치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문조사해 숫자로 나타나낸 것으로, '100'보다 높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치솟는 집값에 매입은 불가능하고, 3기 신도시 등 청약 대기수요와 계약 연장을 원하는 기존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세 찾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 도입이 주거 불안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전반적인 임대공급 감소와 임대료 상승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의 월세화로 주거 부담 커질 수도"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3법은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이 있지, 전셋값 안정 장치는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법에서 정한 기간 이후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셋값이 한꺼번에 오르거나 '전세의 월세화'를 통해 서울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전세 물건 부족과 가격 상승에 경기지역 전세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어도 향후 2년 간 더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에는 48%가 남의 집에서 사는데, 다주택자들이 공급하는 주택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며 "특히 저금리, 넘치는 유동성, 공급부족, 수요 증가, 세부담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 3법이 적용되면 전세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겠지만, 이면계약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면서 "지금의 임대료 상승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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