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코로나 이후'⑨] 여행·항공도 언택트…패키지 지고 맞춤형 뜬다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7-24 09:06:00

항공기 요금 오르고 닭장 이코노미 사라진다
대규모 패키지 대신 맞춤형·소규모 여행 관심

# 이달초 결혼한 김하영(30) 씨는 6월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7월 1일부터 해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유럽 신혼여행을 알아봤지만 '여행후 2주 자가격리' 때문에 포기했다. 결국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 씨는 "코로나19가 진정된다면 연차를 내서라도 남편이랑 유럽을 꼭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막혔던 하늘길이 서서히 열리고 국내를 중심으로 여행도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지만, 해외여행은 아직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항공업계와 여행사들은 지금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여행수요가 급속히 회복되겠지만 국민들의 인식과 상황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특히 '분노의 여행시즌'이 열려 여행객들이 급증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로 달라진 여행 문화에 대비해 고객의 세부적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들을 준비해야 한다. 핵심은 '언택트'와 '안전'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행기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좌석 간격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기 운임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대면 서비스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고, 음료·기내식 제공 문화 역시 변화 중이다.

여행산업은 대규모 패키지 여행의 쇠락이 예고돼 있다. 지인 간의 여행에 가이드를 동행하는 소규모 패키지, 여행의 일부만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세미 패키지가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접촉 규모가 작은 펜션·캠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유숙박은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분기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 2분기보다 97.8% 줄었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모객 수는 99%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폐업한 여행사는 406곳이나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이전의 항공 수요를 회복하기까지 2~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지난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용객이 거의 없어 텅빈 모습이다.  [뉴시스]

줄일 수 있는 접촉은 다 줄인다


비행기는 좁은 공간에서 승객들이 오래 함께 이동하는 운송수단이다. 다닥다닥 붙어 열 시간 이상 가야하는 국제선 이코노미석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 항공사들은 비행기 좌석의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델타항공, 에미레이츠항공, 아메리칸 에어라인, 유나이티드 항공 등 미국 여행사들은 전체 좌석의 50~60%만 예약을 받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에리카 리히터 미국 여행자문협회 선임이사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운데 좌석을 비우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30% 정도의 좌석을 비즈니스 모델에서 빼게 된다면 요금은 올라야 하고, 이는 항공사와 승객 모두에 이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새로 출시되는 비행기들은 지금보다 좌석 간격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감염병이 앞으로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보잉 등의 비행기 제작사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좌석 간격을 조정하는 등의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천공항에서 한 승객이 비대면 발열체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승객과 직원 간의 접촉도 줄어든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부터 로봇과 키오스크를 활용한 비대면 발열체크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발열체크 로봇을 통해 통해 측정한 체온이 기준을 넘을 경우 항공사에 연락이 가며 고객에게는 후속조치를 안내한다. 인천공항은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자율주행형 로봇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챗봇 '대한이'와 '아론'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질문을 채팅창에 올리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어진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답변을 제공하거나 예상 질문 리스트를 제공한다. 스케줄 확인 등은 물론이고 항공권 예매와 체크인 역시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제주항공은 객실 승무원들의 근무 영역을 분리하고 에어카페 카트를 없앴다. 탑승 시 바코드 인식 역시 승객이 스스로 하게 했으며, 선착순이 아닌 좌석 위치별 탑승 방식을 도입했다.

▲ 싱가포르항공은 지난 6월 4일 탑승 전부터 공항, 비행기, 도착시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새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싱가포르항공 제공]

싱가포르항공은 지난달 각종 언택트 대책을 종합한 새 여행수칙을 발간했다. 우선 모든 승객에게 마스크, 손 세정제, 물티슈 등으로 구성된 키트를 제공한다. 신문, 잡지 등은 모두 스마트폰 앱(App)으로 제공되며, 고객들을 위한 안내책자도 온라인으로 배포된다. 탑승권과 수하물 태그는 스마트폰 앱과 QR코드로 대체돼 종이를 주고받는 일이 사라진다. 단거리 여행객 기내식은 사라지고, 공항 라운지 뷔페도 폐쇄했다.

허희영 교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서 변화할 여행 문화에 대응하는 국제적 표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규모 패키지 지고 맞춤형 서비스 뜬다

여행업계는 극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의 주력 상품인 대규모 패키지 여행 상품은 쇠락할 전망이다. 일면식도 없는 다수와 며칠씩 버스를 함께 타고 이동하는 패키지 상품은 전염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를 '2020 특별 여행주간'으로 지정하며 "3밀(밀폐·밀접·밀집)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소규모 안전 여행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규모 패키지 또는 세미 패키지 상품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패키지 여행 상품은 줄어들겠지만, 지인 위주로 구성된 5~10명의 고객들이 가이드가 안내하는 '검증된 동선'을 따른다면 안전 측면에서도 자유여행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 조일상 팀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안전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는데,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이 기존보다 소규모화하고 기존의 빡빡한 관광보다는 휴양 중심 등의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하나투어가 지난 4월 출시한 '하나허브' 서비스. [하나투어 제공]

하나투어가 지난 4월 출시한 '하나허브' 역시 이런 변화에 발맞춘 언택트 서비스다. 여행사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것을 설계하던 기존의 대규모 패키지 여행과는 달리, 일부 구간에만 패키지를 적용하거나 항공·숙박 등에서 유연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영준 관광연구본부장은 "여행산업 환경변화로 중소여행사는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지만,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특화된 기술이나 상품을 보유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최소화하는 캠핑 등의 여행 방식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채로 지어져 접촉이 최소화되는 펜션의 인기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G마켓은 5월 26일부터 6월 25일까지 국내 펜션·캠핑장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유숙박의 특성상 방역 등을 책임지고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에어비앤비의 2020년 매출은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직원 7500명 중 1900명을 감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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