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탄핵' 실검 등장…들끓는 부동산 민심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7-22 17:13:47
"부동산 규제반대…조세 저항"…25일 촛불집회 예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22일 오후 3시30분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세금폭탄 문재인 탄핵'이 올라왔다. 이른바 '실검 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네이버 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의 회원들이다. 이 카페 가입자수는 1만여 명이다. 여기에 '7·10 취득세 소급 적용 피해자 모임'과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도 가세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해 만들어진 인터넷 커뮤니티가 연일 비판 키워드를 띄우고 있다.
이들이 '뿔난' 이유는 급격한 세 부담 증가, 대출 규제, 그린벨트 해제 반대 등 제각각이다. 다만 분노의 초점은 한 군데로 쏠린다. 정책에 대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 때마다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차단을 강조하지만, 정작 규제로 피해를 보는 건 실수요자들인 서민들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내집마련 막는 대출규제·일관성 없는 임대등록제
이들은 부동산 정책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만큼,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면서 분양권·주택 매수자들이 반발했다. 대책의 소급적용을 받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까지 막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7·10 대책에서는 등록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다. 앞으로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는 신규 등록이 불가하고, 각종 세제 혜택도 사라진다. 다주택자가 절세 목적으로 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주임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정부가 세금 혜택을 줘가며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한 게 불과 3년 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율 상향 조정했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경우 2주택자는 취득세 부담이 현행 1~3%에서 8%로, 3주택자의 경우 2~3%에서 12%로 높아진다. 종부세 최고세율도 최대 6%로 높였고,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최대 70%로 인상했다.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 양도세'도 현행보다 2~3배가량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언급했듯, "사는 집 말고는 시장에 파시라"는 메시지다.
그러자 불만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린 A 씨는 "6·17 대책 바로 직전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면서 "경기도 변두리에 공시지가 1억 원도 안 하는 빌라 한 채 가지고 있는데, 1년 동안 내놔도 안 팔리는 곳이다. 근데 2주택부터는 무조건 대출불가라고 하니 앞날이 캄캄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청원인은 "겨우 집 한 채 있는데 재산세 폭탄을 퍼붓고, 양도세마저도 오른다"며 "집 가진 게 죄인가"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하자 다주택자에 대한 범죄인 프레임을 씌워 '징벌적 세금'을 매기고 있다"며 "정부가 100% 전·월세를 공급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불과 3년 전에는 혜택을 주며 다주택의 순기능을 인정한 게 민주당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며 "정책에는 방향성과 예측성, 그리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2005년 참여정부가 구상했던 방안을 그대로 실행하면서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개혁본부 국장은 "세 부담 강화 등은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방향"이라면서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하면 되는데, 오히려 말만 하지 정책이 따라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과 대출 관련 규제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올라 중위가격만 9억 원에 육박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1주택자나 무주택자도 대출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현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가 1주택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자연상승분으로 재산세 등 세금이 오른다"며 "이는 조세형평 차원이지만, 효과가 없는 규제만 계속 강화하고 세 부담만 커지니 여론도 나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정부 정책 신뢰 떨어뜨려"
민심이 들끓자 문 대통령은 '공급 대책'을 언급했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동안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던 국토부는 단번에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촉발된 게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다. 2주간 청와대와 정부 부처와 서울시 등 고위 관계자들은 저마다 '한다, 안 한다'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결국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한다"며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무의미한 공방만 펼쳐진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는 대체 공급 택지로 '태릉골프장' 등 다른 국·공유지를 검토하기로 했는데,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에 속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태릉 골프장 부지와 3기 신도시 개발지역 역시 그린벨트인 만큼 개발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개발제한구역 해제 논란에 앞장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갑작스런 그린벨트 해제 논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졸속대책이었다"며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거나, 바꿀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이슈화될수록 득될 것이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을 이슈화한 꼴"이라면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고, 그게 지금의 반발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세금고지서 남발로 조세저항을 일으킨 것, 수요억제 중심의 규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게 한 것이 한 데 맞물려 반발이 커졌다"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없으니 신뢰성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집회까지 열린다. 6·17 피해자 모임 등은 오는 25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을지로입구역 부근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모임 관계자는 "서민에게 내 집 마련하라면서 대출을 묶고,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등 정책적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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