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논의 '급물살'…공급확대 해법 될까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7-15 17:28:40

기재부-국토부, 온종일 서로 반박 해명…결국 "전향적 검토"
강남권 부지 개발 가능성 높아…서울시는 반대 입장 '뚜렷'
"효과 있지만, 가용면적 한계…고밀도 개발 등 동시 진행해야"

정부가 이달 중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그린벨트'가 새로운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장관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서울, 경기, 인천 지자체 등 유관기관은 15일 서울시청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범정부 TF 실무기획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그간 운영해 온 제도 틀을 벗어나 공급에 대한 전향적인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 시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의미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실무기획단 회의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7·10 대책에 담긴 주택공급 방안은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주택 공급,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이었다.

특단의 공급확대 비책으로 떠오른 '그린벨트 해제' 

앞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의 불씨를 지핀 건 홍남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TF 단장인 홍 부총리는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그린벨트도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가,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일자 결국 입장을 바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내 주택공급을 위해서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9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택 공급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서울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여당에 이어 정부도 그린벨트 해제가 시장을 안정시킬 효과적 공급 대책이라는 판단에 어느 정도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지역 내 그린벨트는 25개구 중 19개구에 총 149㎢ 규모다. 서울시 면적의 약 25% 수준이다. 그린벨트는 1~5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1단계에서 5단계로 갈수록 보존가치가 떨어진다. 이 중 가치가 상대적으로 덜한 3등급 이하인 약 20% 정도가 검토 대상이다. 서울지역 주택공급 확대와 상징성 측면에서 서초·강남구를 포함권 강남권 개발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 부지 거론…서울시 입장이 '변수'

특히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가 후보로 거론된다. 이곳은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부지다. 노원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으로, 택지 개발이 어렵다. 현행법상 30만㎡ 이상의 그린벨트의 경우 중앙 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고, 30만㎡ 이하여도 공공주택 건설 등이 사유일 경우 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을 받을 때마다 "서울시의 기본철학은 그린벨트 해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강조해왔다. 박 시장은 떠났지만, 서울시가 그간 이어온 부동산 정책기조를 단번에 바꾸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의 모습. [정병혁 기자]

"공급 효과 있어" vs "상징적인 의미"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효과는 당연히 있겠지만,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서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택지 규모에 따라 서울시도 응해야 하는 만큼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른 지역은 공급 부족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 단비 같은 역할은 할 것"이라면서도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비나 교통 문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 상향과 재개발·재건축 등 기본적인 방안이 있는데, 대안을 또 제시하고 발굴하는 게 바른 방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 그린벨트의 필요성, 효용성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며칠 만에 공급대책으로 언급되고 있다"면서 "시간이 급박해 그냥 나온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 정책은 당첨된 소수에게만 시세차익을 몰아준 결과가 됐다"며 "가용면적의 한계가 있어 효과가 없겠지만, 만약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공공임대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시장의 매수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만한 물량이 되긴 어렵다"며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상징적인 의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를 해제 한다고 하더라도 입주 시점은 지금부터 5~6년이 걸리는데, 주택가격의 불안요인을 잠재우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오히려 고밀도 개발 같은 대책을 진즉 전면적으로 시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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