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이변' 없인 무산될 듯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7-15 15:55:47
제주 "이행 시한인 오늘까지 기다릴 것"…이스타 사측 연락 두절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1700억원 미지급금 사실상 해결 불가능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 선결조건 이행 시한(15일)이 임박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선결조건 해결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 오후 내부회의를 열고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한 추후 처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고, 선결조건 이행 시한인 오늘까지는 입장이 없다"며 "빨라야 16일에 입장을 발표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측은 "제주항공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도 "아직 인수합병과 관련해 새롭게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사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측에 요구하는 선결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와 유류비, 리스비 등이 포함된 1700억 원 규모의 미지급금 해결이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이 리스한 항공기를 계약 기간만큼 쓰지 못할 시 이스타항공이 이를 이어받는다는 내용의 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리스 기간은 6년이며 현재 1년 반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젯 문제는 합의가 끝나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리스사의 동의를 받아 제주항공이 항공기를 이어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젯 보증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7일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제주항공 입장'을 통해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증빙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250억 원가량의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 원대의 미지급금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입장문에서 "계약 체결 이후 미지급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라며 "그 외에도 이해되지 않은 선행조건이 다수 존재한다. 이렇게 이스타 측의 선행조건 미이행이 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종결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측은 '체불임금 반납'까지 추진하면서 인수 성사를 위한 미지급금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은 지난 10일 직원들에게 2개월 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근로자대표단의 임금 반납 동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유지를 전제로 임금 반납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반납하게 되는 체불 임금 규모는 70억 원 수준으로, 미지급금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미지급금 해결을 위해 리스사와 정유업체 등을 상대로 미지급금 탕감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유업계 역시 1분기에만 4조4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만큼 이스타항공의 탕감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1700억 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중재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중재에 나섰다. 제주항공이 뚜렷한 인수 의지를 보이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도 중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를 면담한 데 이어 지난 10일엔 제주항공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제주항공에 어떤 '플러스알파'를 주는지에 따라 인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렇다할 정부 측 지원책을 발표하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제주항공 사이 '빅딜'이 인수합병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 측도 인수합병을 위한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결조건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든지, 정부가 개입해 제주항공에 인수를 대가로 한 선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결정이 사실상 인수를 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만큼, 모종의 변곡점 없이는 계약 파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최근 제주항공의 입장을 살펴보면, 선결조건을 이행하라는 일관된 메시지가 있다"면서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인수는 무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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