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대책 내성 생겨...집값 안정 효과 제한적"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6-17 12:18:15

'6·17 부동산 대책' 발표…'풍선효과·투기수요 차단' 방점
"단기 효과 나타날 것"…"수요분산 등 근본 정책 나와야"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뿐 아니라 바깥으로 규제지역을 넓혔고,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을 강화했다. 특히 '갭투자'와 '법인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총 20번에 걸쳐 규제 대책을 쏟아냈다. 그때마다 집값은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금세 틈새를 비집고 다시 치솟아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에도 "언제든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지만, 내성만 키울 뿐 정작 집값은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정부가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을 놓고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정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풍선효과'를 막고, 각종 세제 강화를 통해 투기를 철퇴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법인거래나 비규제지역 풍선효과 등을 차단하기 위해 세금, 대출, 거래 등을 망라한 고강도 대책 성격이 강하다"며 "강남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 지방까지 규제지역 범위를 넓혀 전국적인 투기수요 차단조치를 내놓은 것이 특징으로, '규제의 광역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계속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고, 실제로 대출과 세금 규제 강도도 높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 의지 자체는 높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도시정비법 등 주요 대책들이 관련 법 개정이나 실제 시행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 그 사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걸러낼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책 강도는 여느 정책 못지않게 규제의 수위가 높은 편"이라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한 비규제지역의 국지적 과열현상이 일부 진정되고 단기적으로 거래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수요자도 관망하는 움직임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그러나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인 유동성과 공급부족을 해결하지 못한 만큼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아울러 전세시장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중저가 아파트를 사기 힘들어진 실수요자들의 고충도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정부가 실거주 목적 외에 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차단하려는 목적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중에 유동자금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벽하게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유동성 흐름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다시 (주택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저금리 장기화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몰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나와야 집값 안정화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며 "규제는 단기적 처방일 뿐 규제와 공급을 병행하고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주택 정책의 방향성이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며 "대부분 지역과 계층을 규제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불법거래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무리"라며 "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비규제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 내 호재가 있는 곳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중 상당수는 투기목적보다는 미래에 살기위해 매입하는 준실수요자들"이라며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전세시장을 왜곡시켜 불안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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