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거리는 강남 집값…"가격 낮추느니 안 판다"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5-29 16:33:31

절세용 '급매물' 일찌감치 소진…강남 아파트값 다시 상승세
일부 단지는 신고가 경신…"호가 올리자는 집주인들 많아"
"상승세 일시적 현상" vs "수요 끊임없다" 향후 전망 엇갈려

"급매물은 이제 찾기 힘들어요. 이제 안 팔아도 그만인 매물밖에 없어요."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이다.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억' 단위 하락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출 규제와 세금(종부세와 양도세) 부담 탓에 등장했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다시 오르는 것이다. 강남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내놨던 집도 호가를 더 올리자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정병혁 기자]

30일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오는 6월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절세용 매물 거래는 일찌감치 끝났다. 지난해 말 전고점 대비 2억~4억 원 낮춘 '급급매'는 4월~5월 초에 나오자마자 팔렸고, 호가는 다시 1억~2억 원가량 오르는 분위기다. 조금 싸게 내놓은 집은 다시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높이는 등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오르는 호가…신고가 경신 사례도

거래가격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1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는 20억 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 7일 가족 간 거래(증여)로 16억 원에 거래된 것을 제외하면, 18억~19억 원대에서 통상 매매가 이뤄졌다. 잠실 트리지움(전용 84㎡)도 지난 7일 18억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아파트는 같은 형평 기준 3월에 16억8000만 원, 4월에 17억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잠실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최고점 가격과 비교하면 2억 원 정도 내렸지만, 그 가격대를 향해서 다시 올라가는 과정인 듯하다"라며 "엘츠, 리센츠, 트리지움 등 주변 인기 아파트들도 공식처럼 똑같이 내려갔다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시장에서 인정하는 정상적인 가격대 매물만 있고, 두 집 중 한 집은 좀 더 지켜보다가 판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전용 84㎡)는 지난 15일 26억6000만 원에 팔리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초 호가가 25억 원대로 떨어졌던 이 아파트는 현재 호가가 27억 원까지 올라섰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전용 156.5㎡)도 이달 6일 29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1년 전 23억6000만 원에 매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수억 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전환…강남권 회복조짐

지난 2월 33억7000만 원에 거래됐던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는 이달 12일 28억7000만 원에 팔렸다. 이 거래를 진행했던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이라 사람이 몰렸고, 1시간 만에 계약이 끝났다"면서 "같은 평형 호가는 다시 30억 원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을 주도하는 아파트들의 호가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면서 "안 팔리면 제값을 받을 때까지 가지고 있겠다는 게 집주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9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했다. 특히 송파는 0.02% 올랐고, 서초는 보합(0.00%)을 기록했다. 강남은 0.03% 하락했지만, 지난주(-0.06%)보다 낙폭이 줄어들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강남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4410건 대비 32% 감소한 3001건을 기록했다. 올 2월 8279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개월 연속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3월 135건에서 4월 147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상승했지만, 5월에는 130건에 그쳤다.

▲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관망세로 인해 거래량이 낮을 것이라는 건 공통적인 견해였지만,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정부의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전망과,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수요가 끊임없는 강남권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나뉘었다.

"상승세는 일시적 현상" vs "강남불패 계속"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는 워낙 규제가 심해 강남권 급매물이 소화됐다고 해도 급반등은 힘들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에 따른 가격 하락 시에는 오히려 강남권 아파트가 차별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월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7~8월은 사실 전통적인 비수기라 뚜렷하게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정부의 규제 역시 더하면 더했지, 완화를 기대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강남권 거래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고, 저금리인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금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을 안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강남권 집값이 상승하는 건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올 연말쯤 되면 하락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금리가 인하된 상황에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하락요건보다 상승요건이 많기 때문에 내달 1~2주차가 되면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되는 곳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강남3구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공급이 크게 이뤄지지 않는데 실수요는 꾸준하고 많다"면서 "거래량은 적어도,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강남불패' 현상이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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