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 美 반도체 공장 본국 승인 없이는 못 짓는다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5-15 17:42:24

TSMC 문의결과 "공장 짓겠다는 '의향' 발표…대만 경제부 승인 필요"
삼성전자, 평택공장 투자 이미 진행해 정부 승인 문제 별개로 어려워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반도체 자급'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 애리조나 주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TSMC 이사회가 결정한 내용일 뿐 실제 공장 설립 추진을 위해선 먼저 본국인 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TSMC는 15일 미국 연방정부, 애리조나 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 주에 5나노미터(㎚)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공장을 짓겠다는 투자 의향을 발표했다. 오는 2024년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로 내년 착공해, 내년부터 2029년까지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TSMC 첨단 반도체 공장이 미국에 세워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먼저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정부가 이를 허락해야 한다.

‹UPI뉴스›가 TSMC에 e메일로 문의한 결과 "우리는 (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공장을 짓겠다는 '의향(intention)'을 발표한 것"이라며 "이는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한국 정부 승인 없이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없다. 김양팽 산업경제원 전문연구원은 ‹UPI뉴스›와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과 미국 정부 지원 정책에 따라 공장을 세우면) 기업 차원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선뜻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TSMC와 김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기업의 첨단 반도체와 같은 전략물자 관련 기술, 제품, 제조시설을 다른 국가에 팔거나 이전하는 것은 해당 정부에는 마뜩찮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TSMC나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면 대만이나 한국 정부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 인텔에 이어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미국 정부 반도체 자급 정책에 호응해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의향을 15일 발표했다. 하지만 TSMC나 삼성전자같은 기업이 실제 미국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제공]

TSMC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어떻게 할까

삼성전자는 TSMC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 공정 기반 반도체 칩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만큼 TSMC의 미국 공장 설립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TSMC처럼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더라도 현재 미국 정부 관료들과 물밑 접촉해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를 강화해 모든 반도체 분야 1등 기업이 되겠다 공언했지만, 그걸 위해 이미 평택에 부지를 마련해 투자를 하고 있다"며 "선뜻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승인 여부와 별개로 봐도 삼성전자가 미국에 첨단 공장을 새로 지을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우리 돈 15조 원 정도가 들고 공장을 설계하고, 부지를 마련하고, 공장 건물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넣고, 실제 가동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돈과 시간을 들여 첨단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그만큼 큰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텔은 주력 생산기지가 미국에 있지만 파운드리 공장으로 쓰이진 않고 있고, TSMC나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 기지는 각각 대만과 한국에 있다. 이들이 투자비용 자체와 그 비용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미국 정부가 면세와 지원금 등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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