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된 용산 정비창…'미니신도시' 기대감에 들썩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5-15 15:37:10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했지만, 전문가들 "100% 투기 일어나"
"주택 시장 안정화 효과 미미…복합지구로 활용도 극대화해야"
용산역 정비창 부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개발 구역으로 남아 있는 금싸라기 땅에 '미니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예고되자 벌써부터 용산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개발 이익'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거 단지보다 경제·상업 지구를 중심으로 조성해 경제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 재개발과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해 서울 일대에 7만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 이어 '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중 코레일이 소유한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51만㎡)에 주택 8000가구를 포함한 복합 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 주목을 끌었다. 서울 한복판에 처음으로 미니신도시급 주거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수차례 좌초한 용산 개발, '주택 공급'으로 부활
용산 정비창 부지는 대규모 개발 계획 때마다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당초 2006년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사업비만 31조 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백지화됐다. 2018년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 구상을 내놓으면서 재차 주목 받았다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무기한 보류됐다.
이번 개발 계획은 '주택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 국토부가 공공임대를 30% 수준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총 물량의 70%인 5600가구(민간분양 4000가구·공공분양 1600가구)가 분양 물량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9500여 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1558가구, 강동구 둔촌주공(1만2000여 가구)의 일반분양이 4700여 가구 수준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 사전 차단
부동산 시장은 곧바로 술렁거렸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실제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느냐, 인근 매물을 사는 게 확실히 이익이냐 등 각종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아직까지 인근 아파트값은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에 내놓았던 매물 호가를 올리자는 집주인들이 전화가 오고, 아예 매물을 거둬들인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즉각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최근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사전에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20일부터 1년간 해당 구역 안에서는 주택의 경우 실거주가 가능한 무주택자만 취득할 수 있고, 상가도 직접 운영해야 매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허가 없이 토지 계약을 체결하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30%까지 벌금형을 받고, 계약은 무효가 된다.
하지만 치열한 청약 경쟁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용산 정비창 분양물량에 대한 입주자 모집은 이르면 2023년 또는 2024년부터 이뤄진다.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가점 높은 청약 대기자들이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 서울로 이사해 2년 이상 거주하면 2023년 분양 시점에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자 청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경기도 등 타 지역민이 용산 주택청약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약 가점 산정방식에 '지역 거주기간'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청원인은 "청약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에 전입하는 인구도 많을 텐데, 그렇게 되면 서울의 수요가 더 늘어나고, 서울에 공급을 늘리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청약 경쟁·로또 단지' 기대로 들썩…"수억 원 차익"
벌써부터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7년 용산역 인근에 준공한 주상복합아파트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의 3.3㎡당 매매가는 현재 5000만 원 수준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 들어설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더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빨라도 3년 정도 뒤에 분양될 예정이라 가늠하긴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정책 흐름이 이어진다면 3.3m²당 3500만~4000만 원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면서 "워낙 입지가 좋은 곳이라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고, 주변 시세도 고려한다면 분명 '로또 분양'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설사 분양가가 높다고 해도 무조건 로또 단지가 될 것"이라면서 "한강변이고 지하철 1·4호선과 GTX·KTX 등 교통망이 다 갖춰져있다. 100% 투기가 일어난다"고 단언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가 어떻게 산정될지 봐야하지만, 최소한 주변시세의 80% 이하로 책정된다면 3억~4억 원 정도 차액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해당 단지가 입주하는 시점에는 주변 신규아파트보다 더 새아파트가 되는데, 거기에 따른 추가 프리미엄도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공분양이든 일반분양이든 당연히 주변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로또 분양이 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시세와 분양 가격 간 차이를 채권으로 발행해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 수요 충족 못해…랜드마크로 조성해야"
아울러 '서울의 중심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8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만으로는 시장 안정화 효과가 미미한 만큼, 경제·상업 복합지구에 초점을 맞춰 경제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그 좋은 땅에다가 아파트만 짓는 건, 명동 한복판에 빌딩을 헐고 단독주택을 올리는 것과 같다"면서 "8000가구로 서울 주택을 안정화 한다는 건 택도 없는 소리다. 헬로우시티 물량도 1만 가구였는데 지금 안정화됐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부는 아파트, 일부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국토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역 정비창 부지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땅인데 시간을 갖고 도시 공간 개발의 효율성을 위한 측면을 고민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공공역할을 강화하고 임대주택 확충이 현 정부의 컨셉과는 맞겠지만, 시장에서 필요로하는 수요를 충족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황수 교수는 "용산 정비창은 코레일이 소유한 부지로, 대규모 상업용지가 개발되려던 곳"이라면서 "분양 사업은 대규모 개발이나 상업 개발보다 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8만가구도 아니고 8000가구로는 영향이 미미하고, 무엇보다 코레일이 막대한 부채를 지니고 있다"며 "개발 이익을 높여서 코레일의 부채를 감소시키는 데 쓸 부지인데, 국가 부채 기여 부분도 미미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