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삼표 성수공장…땅 주인 현대제철은 '모르쇠'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4-30 09:59:06

현대제철, '삼표공장 이전' 응하고도 보상 등 의무 소홀
사돈기업 삼표와 '불협화음'…서울시 "양측 접점 안보여"
협력사·근로자 "대체부지 찾을 때까지 생존권 보장하라"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의 공원화가 4년째 답보상태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사자간 합의와 공원화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공장 이전과 보상 등의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현대제철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삼표산업 성수공장 [UPI 자료사진]

‹UPI뉴스› 취재 결과 서울시의회는 삼표산업 성수공장 이전 관계자들을 모아 지난달 29일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삼표공장 이전'에 진전이 없자 시의회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각자의 이견만 확인하고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의회 입법조사관 A 씨는 "삼표공장 이전에 대한 보상을 두고 현대제철과 삼표산업 간 접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자가 한발 양보할 것으로 당부하며 회의는 한 시간 만에 끝났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7년 서울시와 성동구는 성수공장 부지 소유자인 현대제철, 공장 운영사인 삼표산업과 함께 2022년 6월까지 삼표 레미콘 성수공장 이전·철거를 내용으로 하는 4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이 이전·철거 시기, 보상 방법 등을 담은 후속협약을 2018년 1월까지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에 따라 성수공장 이전 보상안을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이 마무리 했어야 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어 보인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대제철과 매입이나 '대토(다른 지역 토지를 줌)' 등 대체 부지 취득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부지 소유자인 현대제철이 공장 이전으로 영업손실을 입게 된 임차인(삼표)에게 돈으로든, 땅으로든 보상하게 돼 있다.

언뜻 보면 임대·임차인 간의 불협화음 같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이 사돈관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 씨는 1995년 결혼했다.

레미콘은 출하 후 90분이 지나면 굳어져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여건이 뛰어난 곳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내 마땅한 곳이 없어 대체부지를 쉽게 찾을 수는 없다.

또 이달 착공하는 현대차GBC에 대한 수주를 사돈가인 삼표가 놓칠 리 없다. GBC같은 고층 건물에는 특수 콘크리트가 필요한데, 이를 공급할 곳이 몇 안 된다. 또 워낙에 많은 물량이 필요해 다수의 업체를 두어야 한다.

이렇듯 특수관계로 얽힌 삼표산업과 현대제철은 '삼표공장 이전' 문제의 키는 서울시에 있다며 공을 넘겼다.

삼표산업은 회사가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가며 대체부지를 백방으로 찾아다니고 있지만. 혐오시설로 전락한 레미콘공장을 받아주는 곳은 없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서울시 등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민간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우리는 땅만 팔면 되는 건데, 보상이나 대체부지 논의며 그런 건 서울시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 서울시와 성동구는 성수공장 공원화 내용이 담긴 도시계획과 관련해 구의회의 의견 수렴을 시작으로 도시관리계획 변경 논의에 돌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와 삼표가 합의하길 바랐지만, 일정이 지체되면 시민들과 약속한 대규모 서울숲 공원 조성 계획이 차질이 생긴다"며 "행정절차 중에도 충분히 이전 부지 확정과 관련 계획을 반영할 수 있어 공원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고 설명했다.

예고 없는 행정절차에 삼표산업은 놀란 눈치다. 현대제철 측은 "우리가 입장을 밝힐 게 못 된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은 또 성수공장 노동자와 협력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시와 구청의 행정절차가 진행되던 지난달 24일 성수공장에 나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은 대체부지를 찾을 때까지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삼표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서 근무 중인 레미콘 기사들을 포함해 성수공장에서 일하는 인력은 500여 명 정도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들은 "기업들은 하던 사업이라도 있지 우린 당장 생계가 끊길 판"이라며 "회사나 서울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조만간 성동구청을 찾아가서라도 항의할 거다"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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