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NH이름값"…금융당국 지적에도 꿈쩍않는 농협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4-16 15:06:34
농협금융 지분율 49%인데 100%인 다른 계열사와 같은 잣대 '의문'
NH투자증권이 상표권 사용료에 허덕이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내야 하는 'NH' 상표권(CI) 사용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업공시에 따르면 2018년에 221억, 지난해 258억 원을 냈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한 이후 지난해까지 치른 CI 사용료는 1046억 원에 달한다.
엄살만은 아닌 듯하다. NH투자증권은 증권업계서 유독 비싼 이름값 사용료를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 상표권 사용료 2위인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 미래에셋캐피탈에 지불한 상표권 사용료는 78억 원이다. NH투자증권이 치른 사용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도 2017년 농협중앙회에 "계열사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하는 데도 상표권 사용료가 과다하다"며 줄이라고 요구할 정도다.
유독 비싼 농협 상표권 사용료의 근거는 농업협동조합법 제159조 2항과 농협중앙회 정관1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농협 상표권 사용료는 각 계열사의 직전 3년간 평균 매출액(금융·보험사인 경우 영업수익)에 따른 부과율을 곱해 책정되는데, 문제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부과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농협 계열사들이 치르는 상표권 사용료가 유독 비싼 이유다.
부과율은 매출액 구간별로 △10조 원 초과 시 1.5%초과~2.5% 이하 △3조 원 초과 10조 원 이하 시 0.3%초과~1.5% 이하 △3조 원 이하 시 0.3% 이하로 정해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 직전 3개년 영업수익 평균의 0.31%에 해당하는 돈을 냈다.
이에 따라 2012년 3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신용사업을 맡은 농협금융지주가 각 금융계열사로부터 거둬 농협중앙회에 바친 상표권 사용료는 지난해까지 2조 원이 넘는다.
2019년에는 4136억 원이 책정됐는데, 대기업과 비교하면 같은 해 상표권 사용료 1위 SK의 2746억 원의 1.5배에 달한다. SK는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후 0.2% 비율로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다.
농협의 상표권 사용료는 2017년까지 '명칭사용료'로 불렸는데, 과잉 논란을 빚자 농협중앙회는 사업비 개념이 들어간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로 이름을 바꿨다.
농협중앙회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법이 명시하듯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표권 사용료"라는 설명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지비에는 조합원 교육 등 농민을 위한 비용이 포함돼 단순히 사기업의 상표권 사용료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사업 빚이 연 평균 5000억 원 이상씩 불어나 지난해 말 기준 13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라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농협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신경분리 이후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의 경우 연간 당기순이익은 수백억 원에 그친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던 농협금융지주가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이 된 이유는 '금융사업을 잘 키워 농업을 진증시키자'라는 목적에서였다"며 "사업구조 개편에 이런 배경이 있었는데, 상표권 사용료를 마냥 부당하다고만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농협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NH투자증권의 상표권 사용료 부과는 과도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농협금융지주 계열 금융사중 상대적으로 NH투자증권에 대한 지주회사 지분율이 낮은데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내부에선 "증권은 농협중앙회의 간접지분이 50%도 안 되는데 지분 100%인 다른 금융계열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새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운용에 각각 49.11%, 60.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고, 이 두 회사를 제외한 9개 자회사 지분율은 100%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비를 개선하려면 법을 아예 뜯어고쳐야 한다"며 "농협중앙회나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바꾸겠다'라고 하면 농식품부가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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