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IBS 연구팀, 나노입자 '3D 증명사진' 찍는 기술 세계 최초 개발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4-03 11:37:12

특수용기·알고리듬 자체개발…'수소원자 1/6' 수준 0.02㎚ 정확도
학계 난제 '3차원 나노입자 관찰' 가능…사이언스 표지 논문 선정
나노재료 합성 핵심 단서…"디스플레이·연료전지·신약 개발 파급"

삼성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지원을 받은 박정원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별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와 변화를 0.02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관찰해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를 통해 나노입자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그 표면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는 학계 난제였던 나노입자의 표면 구조와 변화 요인을 규명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3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 연구는 디스플레이, 연료 전지, 신약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나노입자 설계 및 합성을 통한 신소재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 박정원 서울대 교수가 IBS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지원을 받은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진이 확보한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삼성전자 제공]

3일 삼성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BS 나노입자연구단의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호주 모나쉬대학교,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의 성과를 발표했다.

나노입자는 수십 내지 수백 개 원자로 이뤄진 1㎚ 이하 크기의 작은 물질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촉매, MRI 조영제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나노입자 원자 배열의 미세한 변형에도 디스플레이 색 순도를 향상시키거나 연료전지의 촉매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성능을 개선하는 등 원하는 성질을 갖는 나노소재를 설계하고 합성하려면 그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까지는 나노입자의 크기나 형상 등 2차원 정보만 얻을 수 있고 원자배열과 같은 3차원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의 정확도로 관찰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 원자의 6분의 1 수준에서 나노입자를 관찰한 것이다.

▲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연속으로 촬영 후 획득한 서로 다른 2차원 평면 이미지를 빅데이터 알고리듬을 이용해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했다. 사진은 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얻는 과정. [삼성전자 제공]

연구진은 이를 위해 나노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스스로 회전하는 현상을 이용했다. 나노입자를 촬영할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용 특수 용기 '액체 셀(Liquid Cell)'과 3차원 데이터 구성을 위한 빅데이터 알고리듬(algorithm)을 자체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액체 셀에 원자 구조를 분석할 나노입자를 담고 그 회전하는 모습을 초당 400장씩 촬영한 2차원 이미지를 수천 장 얻었다. 이는 각 나노입자의 구조 정보를 포함하는 수백 내지 수천 기가바이트(GB) 용량의 이미지 빅데이터다.

연구진은 이후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알고리듬을 활용해, 이 2차원 평면 이미지를 3차원 입체 데이터로 재구성했다. 알고리듬은 이미지 빅데이터를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계산과 개별 나노입자를 추적하는 계산을 수행했다.

이 분석 기법으로 용액 상에서 합성된 백금(Pt)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관찰하고, 그 표면 구조 상태와 변화 요인을 규명했다. 동일 조건에서 합성된 나노입자라 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의 구조는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IBS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교수) 연구팀. (윗줄 왼쪽부터) 김성인, 김병효, 박정원 교수, (아랫줄 왼쪽부터) 강도훈, 허준영. [삼성전자 제공]

연구 결과는 QD디스플레이의 색 순도와 휘도 향상, 석유화학 산업과 연료전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촉매의 성능 개선,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원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인공지능으로 물질의 성질을 예측하고, 합성하는 것이 미래 소재 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촉매,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노재료의 설계 및 합성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면 수많은 종류의 나노 입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며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 분석 기술은 나노 입자뿐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이 가능해 새로운 융합 연구에도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지난 2011년 설립된 국내 유일 기초과학 전담 연구기관 IBS와 지난 2013년 설립된 삼성그룹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이 연구를 지난 2018년 11월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고, 설립 이래 지금까지 561개 과제에 7189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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