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 의원 '한국 진단 키트 부적절 발언' 안팎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3-16 15:45:36
보건복지부 "미 의회서 발생한 논란, 우리 검사방식과 무관"
마크 그린 미 하원 의원이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적절하지 않다(not adequate)'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한 언론이 기사화하면서 생겨난 논란은 한국 진단 키트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진단 기법에 대한 오해와 한·미 양국의 의료 플랫폼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한 언론은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해 마치 한국의 진단키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해 논란의 시발이 됐다.
해당 논란은 그린 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답변서를 받았다고 언급한 사실이 한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그는 "FDA 답변서에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적절하지 않다. (해당 키트에 대해) 비상사용허가를 내려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FDA에서 어떤 이유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린 의원은 FDA 답변서를 근거로, "녹음이 되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는 의원으로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일 것이다.
또한 그린 의원은 "한국산 진단 키트는 항체 한 가지만 검사하지만 미국의 진단키트는 IgG와 IgM 2개의 항체를 검사한다고 알고 있다"며 "미국 방식이 왜 더 우월한지 설명해 달라"고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에게 질문했다.
레드필드 소장은 "(그린 의원이 언급한) 항체 검사 방식과 지금 사용되고 있는 분자진단 방식은 다른 기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린 의원이 검사방식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이 기사에서 소개한 미국 의회의 논의는 항체 검사법에 대한 것"이라며 "신원 미상의 한국 회사가 미국 FDA에 신청한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검사(RT-PCR)와 무관한 검사"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항체 검사법에 대해서는 어떠한 회사의 제품이 확진을 위한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더라도 일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 의원이 언급한 'FDA에서 부적절 판정을 받은 한국산 진단 키트'와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진단 키트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린 의원의 발언 의도가 '특정 한국산 진단 키트'에 대한 것이었다면, 레드필드 소장과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견해를 종합해볼 때 유의미한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그린 의원의 의도가 '한국산 진단 키트 전체'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린 의원은 이를 입증할 만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해당 청문회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보유한 진단 플랫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공공기관에서는 한국식 진단 키트를 실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레드필드 소장은 "한국과 미국은 검사 플랫폼이 달라서 미국의 공중건강실험실에서 테스트를 할 수 없다"며 "미국의 사기업과 실험실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핵심적 부분은 아니지만, 작은 번역 문제도 있었다. 그린 의원은 "FDA는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할 수 없다'고 적힌 답변서를 줬다"고 발언했다.
이는 FDA에서 EUA라 불리는 제도로, 비상시 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사용승인제도'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논란의 출발점이 된 한 한국 언론의 기사는 '비상용으로도 사용하기 부적절하다'라고 옮겼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 번역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혼란을 키웠다.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비상용으로도 사용하기 부적절하다'는 표현과 '비상사용승인을 내리기에는 부적절하다'라는 표현이 가진 느낌은 분명 다르다. 이러한 느낌 차이 역시 '한국 키트가 수준이 떨어진다고 미국 의원이 말했다'라고 해석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오늘(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은) 검사 장비 자체에 대한 오해로 일어난 것"이라며 "어떠한 맥락에서 이 발언이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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