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미국·대만, 코로나19 틈타 '하나의 중국'에 균열
김당
dangk@kpinews.kr | 2020-03-12 18:09:36
미·중, 코로나19 정국 속에 통과된 '대만 지원법' 둘러싸고 신경전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COVID-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 즉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팬데믹은 WHO가 전염병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한 1~6 경보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6단계를 일컫는 용어이다.
팬데믹이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돼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WHO가 감염병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판단을 내린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이후 11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양안관계 갈등 다시 불거져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국가 간의 출입국 봉쇄와 제한으로 인한 여러 가지 외교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중국에서 처음 발생해 다른 나라로 전파된 양상을 띠다 보니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새롭게 불거졌다.
우선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에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해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본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중국의 지원으로 WHO 사무총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테워드로스는 이후로도 틈만 나면 중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칭찬해 구설에 올랐다.
반면에 대만은 중국이 코너에 몰린 코로나19 정국을 활용해 대만의 WHO 참여를 촉구하고, 또한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에 휩쓸려 자국과 자국민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등 WHO와 세계 각국에 강온 양면의 외교전을 펼쳤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2월 주유엔 대만수교국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전세계가 코로나19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WHO가 정치적 입장으로 대만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대만은 선진의료시스템과 풍부한 경험을 WHO에서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싶다"고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대만대학 공공위생연구소장을 역임한 천젠런 대만 부총통도 2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1월 초 중국 우한 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들과 경각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었다"면서 "대만이 WHO의 구성원이라면 세계 보건위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의 정보 공개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 외교부는 자국이 중국에 포함된 WHO의 코로나19 감염지역 분류자료에 따라 자국민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입국 금지대상(2주 내 중국·홍콩·마카오·대만 방문자)이 되자, WHO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대만 외교부는 2월 말 이탈리아 보건위생부가 대만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지역에 포함된 WHO 자료에 근거해 대만 방문 경험자에 대해 2주 자가격리 조치를 발표하자 이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이탈리아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WHO와 국제민간항공기구 등 대만을 중국과 함께 감염지역으로 분류
WHO의 오류는 이뿐이 아니다. WHO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12일 오후 현재 WHO의 '전세계 코로나19 현황 지도'에도 한국만 국가명과 확진자 수가 누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대만으로서는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감염지역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에 억울한 측면이 많다.
대만은 코로나19가 자국민의 왕래가 잦은 중국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해 초기부터 강력한 봉쇄 및 방역정책을 펼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만 행정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의 자가격리 위반시 벌금 100만 위안(한화 4000만 원) 부과 같은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방역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WHO뿐만 아니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여행금지조치 관련 보고서에도 대만은 '중국 대만성'으로 표기되었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ICAO에 강한 항의와 불만을 표시했다.
감염병에 권위있는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전세계 코로나19 현황지도'의 타이완(대만) 표기 문제도 논란이 되었다. 초기인 1월에 공개한 지도에는 대만을 독립적으로 표기했는데 3월에 수정된 지도에선 대만이 '중국 타이베이(中國臺北) 및 주변지역'으로 표기해 중국 지역으로 분류된 것이다.
이에 대만 외교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주재 미국 대표부에 관련 교섭과 정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대만 주민들은 '중화민국'을 국호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혼돈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중화민국(대만)' 및 'The Republic of China(Taiwan)'로 표기하고 여권에 'TAIWAN'을 덧붙여 중국과 구분하고 있다.
미국, 코로나19 혼란 틈타 중국 흠집내기 이어 '타이베이법' 통과
미국은 코로나19 정국에서 중국의 언론 탄압과 은폐 의혹을 부각하며 중국 공산당과 정치 시스템의 비민주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VOA 방송은 "침묵했던 중국 민의에 변화, 인민이 분노하고 있다" 기사에서 중국공산당 선전부가 300명의 기자를 우한(武漢) 지역에 파견해 중국 정부의 노력을 치하하는 등 공산당 지도부에 '긍정적인' 담론을 유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단골 메뉴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과 자유 대만을 비교하는 것이다.
지난 4일 미국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자유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210개 조사대상(195개 국가 및 15개 자치령 등) 중에서 아시아지역 내 자유도 순위가 일본 다음으로 높은 2위로 선정되었다. 대만은 정치 권리와 시민 자유를 합산한 총93점(100점 만점)을 받았으며, 한국은 83점을 받았다.
반면에 중국은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의 디지털 개입(가짜뉴스 및 친중 여론 조성) 의혹과 신장 위구르족 및 언론계 인사 체포 등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작년과 비슷한 10점을 받아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선정되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을 분노케 한 것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혼미할 때인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이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미국 하원은 이날 대만의 외교활동에 대한 미 행정부의 실질적인 협력과 국제사회 참여 지지 등이 포함된 이른바 '타이베이법'을 만장일치(찬성 415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타이베이법은 대만이 전 세계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는 대만을 보호한다는 기존의 '대만관계법'이나 앞서 지난해 통과된 '대만여행법'보다 발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정반대 되는 내용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의 모든 국제기구 가입을 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미 상원 통과 이후 일부 수정을 거쳐 하원에 제출되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아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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